[EPL] 토트넘, 더 간절해진 '유로파 리그'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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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를 이끌고 있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유로파 리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조기 탈락으로 선수단 사기나 챔스보다 한 단계 낮은 유로파 리그에 대한 동기부여가 자칫 떨어질 수도 있지만 토트넘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8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구장에서 치러진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토트넘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토트넘은 이 날도 전반 32분 원정팀 CSKA모스크바의 미드필더 자고예프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했다. 하지만 5분 뒤 델리 알리가 1-1 동점골을 성공시킨데 이어 전반 막판에는 해리 케인이 추가골을 뽑아내면서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 여기에 후반 막판 상대 자책골까지 나와 토트넘이 3-1 기분 좋은 역전승을 챙겼다. 조 1, 2위에게만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가능성이 일찌감치 사라졌던 토트넘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승리로 E조 3위를 기록, 유로파 리그 32강 진출권을 가져오게 됐다.

같은 유럽 클럽 간 대항전이지만 유로파 리그는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는 한 단계 낮은 대회로 분류된다. 유럽 대륙 4대 주요 리그의 상위권 팀과 이외 리그 우승팀들이 차기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가져가는 것과 달리 상위 리그 7~9위의 팀 등을 비롯 유럽 중위권 리그의 팀들이 유로파 대회 출전권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즌 개막 이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각 조 3위 팀들이 유로파 대회 32강부터 합류한다.

2016/17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UEFA 챔피언스리그 대회를 준비했던 토트넘은 대회 '조기 탈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웸블리 저주'가 다시 한 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재 기존 홈 구장인 화이트 하트 레인 신축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토트넘은 공사가 확장되는 2017/18 시즌부터는 정규 리그 경기까지 모두 웸블리 경기장에서 치른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번 2016/17 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 한해서만 웸블리 구장을 자신들의 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택했는데 토트넘의 챔스 조기 탈락 원인 중 하나로 '웸블리의 저주'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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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종가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경기장으로 여겨지는 웸블리는 '축구의 성지'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잉글랜드 팀들에게는 그만큼 부담스러운 장소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 차례 증축을 진행한 뒤 9만 명이 넘는 수용인원을 자랑하는 대규모 경기장이 되면서 공간 자체가 주는 압박감도 대단하다. 실제로 같은 런던 연고팀 아스날이 홈 경기장 신축공사를 진행하던 1998년부터 약 2년 간 증축 되기 전의 웸블리 구장을 사용하다 혼쭐이 난 경험을 갖고 있다. 아스날의 벵거 감독은 선수단이 '웸블리'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다며 훗날 "홈을 웸블리로 옮긴 것은 끔찍한 결정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을 정도였다.

토트넘 역시 이번 시즌 웸블리를 홈으로 쓴 두 차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모두 완패를 당한 것은 물론 실망스러운 경기력까지 보여 '악몽'을 되풀이 했다. 토트넘으로서는 내심 챔스 무대에서의 선전을 통해 유럽 빅클럽 도약을 노렸던 시즌이라 아쉬움이 더했다. 이후 영국 일부 언론에서는 2017/18 시즌부터 리그를 포함 모든 경기를 웸블리에서 치르고자 했던 토트넘의 계획이 백지화 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을 일축한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유로파 대회를 앞두고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8일 CSKA와의 챔스 조별리그 경기를 마친 뒤 영국 <스카이스포츠>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파 대회도 우리에게는 무척 중요하다. 그저 '위안'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가 오늘 웸블리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고, 앞으로 몇 차례 더 이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는 견해를 전했다. 앞서 치른 두 번의 웸블리 홈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토트넘은 챔스 무대 마지막 경기를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웸블리 경기장에서 시즌 첫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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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이제 향후 참가하게 되는 유로파 리그 일정의 홈 경기 역시 웸블리에서 치를 예정이다. 이는 당장 내년도부터 모든 경기를 웸블리에서 치러야 하는 토트넘에게는 중요한 적응 기간이 되는 셈이다. 2017년 2월 시작되는 유로파 리그 32강전부터 대회가 본격적인 토너먼트 일정에 돌입하게 됨에 따라 토트넘으로서는 승리를 가져올 때마다 웸블리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횟수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포체티노 감독이 유로파 리그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될 경우 차기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가져올 수 있다. EPL은 리그 4위 팀에게까지 차기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데 시즌이 터닝 포인트를 향해 가고 있는 12월 중순 현재 1위 첼시를 비롯해 리버풀, 아스날, 맨시티까지 네 팀이 물샐 틈 없는 '빅4'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5위에 올라 있는 토트넘으로서는 여전히 선두권 진입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유로파 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차기 시즌 챔스 출전권 확보를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2015/16 시즌에는 EPL 클럽 중 리버풀이 유로파 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세비야에 패해 트로피를 놓친 바 있다.

챔스 탈락과 리그에서의 연이은 부진으로 팀 분위기가 급격히 위축됐던 토트넘은 유로파 리그로 얻을 수 있는 실리가 명확해 지면서 시즌 터닝 포인트를 앞두고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챔스 탈락은 쓴 잔이 됐지만 유로파 리그 32강 합류가 대회 우승까지 이어질 경우 챔스 티켓 확보는 물론 웸블리 구장 적응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타공인 '유럽 빅클럽' 자리를 노리는 토트넘이 유로파 리그 무대를 '웸블리 악몽'을 씻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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