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팸족 100만 시대…자식같은 반려동물 사체처리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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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반려동물 1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문병원, 미용실, 호텔, 패션 등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보살피는 '펫팸족(pet+family)'이 늘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보살피는 것은 물론, 죽은 이후에도 애정을 담아 장례를 치르고 장묘시설에 안치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만큼 장례 수요도 증가하면서 곳곳에서 동물 장묘시설 설치업체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 지방자치단체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2일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동물장례식장을 설치하려는 A씨가 이를 불허한 용인시 처인구를 상대로 제기한 개발행위 불허가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행심위는 "신청지의 20m 거리에 백암테니스장이 있고, 장례식장 특성상 대기오염 물질이 방출될 수밖에 없어 인근 주민들과 체육시설 이용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여지가 있어 불허가처분은 합당하다"고 처인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씨는 지난 5월 처인구에 동물장례식장을 짓기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지만, 처인구는 인근 20m 거리에 테니스장이 있는 등 주변 환경과 시설물이 조화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해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A씨가 이에 반발해 행정심판을 요청했지만, 백암면 인근 주민들과 테니스장 이용객들이 경기도 행심위에 반대서명을 제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동물화장장 건립 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고양시는 지난 9월 초 덕양구 고양동에 동물장묘시설(화장장)을 조성하겠다며 용도변경 신청서를 낸 B장묘업체의 신청서를 반려했습니다.

고양시가 지역 주민 갈등예방을 위한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업체에 요구했지만, 기한 내에 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양동 주민들은 "우리 동네는 서울시립묘지공원과 폐차장, 납골당, 장의차 차고지, 노인 요양원 등 기피시설로 가득하다"며 "주민 모두가 생존권의 문제로 똘똘 뭉쳐 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겠다"고 동물장례식장 설치를 거세게 반대했습니다.

B업체도 경기도 행심위에 건축물 용도변경 반려처분 취소청구를 냈지만, 결국 패소하고 말았습니다.

파주시에는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동물화장장 건립 계획을 막아섰습니다.

파주시 오도동에 동물장묘시설을 설치하려던 C업체가 올 1월 동물장묘업 등록신청서를 시에 냈지만, 시는 보완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청서를 반려했습니다.

이에 C업체가 지난 4월 경기도 행심위에 1차 행정심판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그러나 파주시가 지난 8월 "화장시설 상층부가 화장실, 냉동시설, 애견장례용품 제작실과 연결돼 있어 유해가스 발생 시 차단이 불가능하다"며 재차 불허했습니다.

그러자 업체가 2차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이번에는 행심위가 파주시의 의견을 인정해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오도동 주민들은 1차 행정심판 패소 판정 이후 대책위를 구성해 경기도와 국민신문고 등에 동물화장장 건립에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시청 앞에서 집회까지 열었습니다.

동물화장장 건립을 불허한 3개 지자체는 시설기준 미비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게 중론입니다.

인천시도 인천 최대 장묘시설인 '인천가족공원' 안에 동물화장장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2014년 부평구를 중심으로 제기됐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가족공원에 시신을 안치한 유족들이 사람 장례시설에 동물화장장을 두는 것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동물장묘시설을 운영 중이거나 설치를 추진 중인 업자들은 주민들이 막연하게 '혐오시설'로만 인식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입니다.

충남지역의 한 동물 장묘업체 관계자는 "처음 시설을 건립할 때는 막연하게만 알고 계신 일부 주민분들이 다소 반대하기도 했다"며 "누구나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카페를 비롯해 주변 이웃과 동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지금은 그런 인식에서 많이 벗어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에서 동물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던 업체들은 "지역 주민들의 주장은 기피시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며, 공익에 위해가 없다"고 억울해하지만, 주민들의 거부감이 워낙 커 지자체가 쉽게 허가를 내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동물 장묘시설은 허가가 아닌 등록사항으로, 요건만 갖추면 규제할 방법이 없어 설치하려는 자와 지자체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림식품축산부는 예전에 화장장 설치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벌어졌던 것처럼 동물 장묘시설에 대한 갈등이 불가피하며, 그에 대한 해결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농림부 관계자는 "현재 동물 장묘시설에 대해서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건축법, 대기환경보전법 등에서 여러 가지 규제를 하고 있어 입지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주민들의 거부감과 반발은 매우 크다"면서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지자체에서도 허가하기가 쉽지 않아 동물 장묘시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농림부는 반려동물 불법매장으로 인한 폐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농림부 추산에 따르면 한해 폐사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은 15만 마리에 달하며, 이 가운데 2만 마리만 화장되고 나머지는 불법 매장되거나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몰된 반려동물 사체에 의한 토양 오염뿐 아니라 난립하고 있는 불법 사설 동물화장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도 걱정입니다.

현재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농림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전국에 20곳입니다.

이 가운데 경기도에는 고양(1곳), 김포(3곳), 광주(4곳) 등 8곳이 몰려있습니다.

농림부는 민간인에 의한 반려동물 장묘시설 설치가 어려우면 지자체가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도 해법으로 고려 중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97만9천 마리로 10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미등록 반려동물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178만 마리를 육박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반려동물 등록 수는 경기도가 28만4천 마리로 가장 많고 서울시가 21만3천 마리로 그다음입니다.

이 두 지자체에 있는 반려동물 수는 49만8천 마리로 국내 전체 반려동물의 50.9%를 차지합니다.

다음으로는 부산 9만 마리, 인천 6만6천 마리, 경남 4만8천 마리, 대전 4만 마리, 제주 1만2천 마리, 세종시 1천 마리 등 순입니다.

해마다 반려동물 수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사체 처리가 고민입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하거나, 동물 장묘시설에서 화장·건조 등의 방식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지 않고 동물 장묘시설을 찾습니다.

동물 장묘시설의 장례절차는 사람과 거의 비슷해 반려동물이 죽으면 운구차가 집으로 찾아가 사체를 장례식장으로 이송한 뒤 추모관에 안치합니다.

이후 주인과 장례절차를 상의해 염, 수의, 입관 등 절차를 모두 진행하거나, 화장만 하기도 합니다.

이런 동물 장묘시설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농림부에 등록된 20곳만 합법적인 시설이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입니다.

국내에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 장묘시설은 2012년 7개소에서 2014년 14개소, 2015년 16개소, 올해 20개소로 점차 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불법 사설 동물 장묘시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또 정식 장묘시설이 없는 곳도 있어 이웃한 동물 장묘시설로 원정화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천에는 반려동물 화장장이 없어서 화장을 원하는 이들은 경기도 김포의 장묘시설 3곳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에도 정식 허가를 받은 동물장례식장 1곳이 운영 중이지만 소각시설이 없어 인근 전북 남원 지역에서 소각한 뒤 장례식만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남에 있는 동물장례식장 3곳도 대전과 전북, 충북 주민들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5만 마리의 등록 반려동물이 있는 대구시의 경우 시내 외곽에 동물장례식장이 한 곳밖에 없어 한꺼번에 신청을 받아 멀리 경기도에까지 가서 화장하는 실정입니다.

백민엽 인천시 수의사회 상무이사는 "가까운 곳에 동물 장묘시설이 없어 불편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반려동물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동물 장묘시설도 수요를 고려해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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