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한 푸틴'…美·서구 백인·민족주의자들 흠모

美신문 "서방 강성우파들, 푸틴을 전통 백인 기독교 가치수호자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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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푸틴 대통령 (사진=AFP)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5년 연장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해 상원 외교위원회에 회부됐으나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내년 국방수권법안 등 다른 현안 심의에 의원들이 너무 바빠서 이를 다룰 시간이 없다며 처리를 미루고 있다.

현재 대 러시아 제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부과한 것이기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후 선거기간에 공언한 대로 러시아와 우호 관계 회복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원이 '우크라이나 안정과 민주주의 증진법'의 입법을 통해 대러 제재 연장을 입법화하려는 것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 후보로 올라 있는 코커 위원장이 법안 처리에 미적대는 것은 트럼프를 의식한 게 아니냐고 민주당 측은 의심하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가 지난 2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 안팎의 전통적인 국가안보·외교 엘리트층에선 대러 강경론이 주류이고, 전통적인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매파적이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러 제재에 미온적이라고 줄곧 비판해왔다.

이러한 전통과 역행해 트럼프가 대선에서 처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찬양하면서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주장할 때는 뜬금없는 것처럼 비쳤지만, "결국, 소규모이지만 능동적인 지지층을 불러모으는 '개 호각'(사람들에겐 들리지 않고 개만 들을 수 있는 초음파를 내는 호각)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5일 자 신문에서 논평했다.

서구 문명에서 백인의 특권적 지위를 고수하고 "반기독교적인 타락"에 맞서 싸울 것을 주장하는 단체인 미국의 '전통노동자당'의 창설자 매슈 하임바하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신문에 따르면, 하임바하는 "러시아는 우리에게 최대의 감화력이다. 푸틴 대통령은 자유세계의 지도자"라며 푸틴을 이상적 통치자로 그렸다.

미국과 유럽에서 마침내 뿌리 내린 백인중심주의자, 민족주의자, 대중주의자, 신나치주의자들이 푸틴을 일종의 백기사, 즉 "이슬람, 이민자, 그리고 근본 없는 사해동포주의적 엘리트들의 위협에 둘러싸인 세계에서 힘, 순수 순결성, 전통적 기독교 가치관을 상징"하는 인물로 숭앙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늘 러시아를 우리의 문지기, 동쪽 끝의 전초기지로 생각해왔다"고 백인우월주의단체 KKK 변호인 출신인 샘 딕슨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러시아는 "우리 조국에 대한 동방의 침략을 막는 울타리, 기독교도의 위대한 보호자"이며, 러시아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백인들"이라는 것이다.

푸틴에 매료되거나 그를 흠모하는 현상은 먼저 유럽에서 시작돼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확산한 후 양 대륙의 유사 집단들 간 유대를 통해 확산했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민주당 전국위원회 컴퓨터를 해킹하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고 비난했지만,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더 큰 영향력은 이보다는 미국과 유럽의 극단적인 우익집단들을 조직하고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푸틴은 자신이 3선 대통령 도전에 나선 2012년부터 러시아를 군사강국으로서 뿐 아니라 전통적 가치관이 침식당하는 데 불만을 가진 세계인들의 "문명 모델"로 포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푸틴은 동성애자 권리 활동가를 비롯해 다른 '도덕적 타락' 세력과 싸우는 사람들을 위한 옹호자로서 세계의 보수 집단이나 민족주의 집단에 손을 뻗쳐왔다.

러시아는 서방의 대안 우파들에게 정신적 후원에 그치지 않고 재정지원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헝가리 연구소 '정치적 자본'의 분석가 페테르 크레코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지금까지 명백히 입증된 사례는 프랑스 국민전선(NF)이 러시아 은행들로부터 1천100만 달러(129억 원) 이상의 융자를 받은 것 하나이지만 헝가리의 신나치당을 비롯해 여러 단체가 러시아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기존의 좌우 정당들의 전통적인 엘리트층이 세계화와 나토, 유럽연합(EU) 같은 초국가적 기구들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극우 단체들의 주장에도 동조하고 있다.

정작 푸틴 본인은 백인우월주의 이념을 주장하지 않고, 러시아는 다양한 종교와 인종을 가진 나라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 내 백인우월주의 선동자들을 투옥하기도 했다.

"사실, 푸틴의 목적은 순수 이념적인 게 아니다. 유럽과 나토를 흔드는 전략이거나, EU의 대러시아 제재를 철회시키려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푸틴의 이러한 실용주의적 속내, 또 강성 우파 집단들 간 푸틴 수용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여전히 '백인 인종의 수호자' '비정상적 세계의 정상적 지도자' 등으로 보는 인식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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