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단교 후 37년 만에 타이완 총통과 통화…美中관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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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미국 정상 신분으로 37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완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타이완과 단교한 후 처음으로, 미 차기 대통령이 그동안 미·중 관계의 근간으로 여겨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인하는 의미로 비칠 수 있어, 미·중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을 목전에 둔 가운데 미 백악관은 미국의 중국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진화 작업에 나섰고, 중국 정부는 이날 통화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마찰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위원회는 트럼프가 현지 시간으로 2일 차이잉원(蔡英文) 타이완 총통과 통화했다고 밝힌 것으로 AP통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습니다.

인수위는 "양측이 긴밀한 경제·정치· 안보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한 것은 1979년 미국-대만 수교가 끊어진 이후 37년 만입니다.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통화를 제의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수위 발표 이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만 총통이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며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대만 총통부는 오늘(3일) 성명을 내고 차이 총리가 리다웨이(李大維) 외교부장, 우자오셰(吳釗燮) 국가안보회의 비서장과 함께 전화를 받았다며 "양측이 국내 경기부양 촉진과 국방 강화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총통부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의 트위터가 공개된 직후 "양측이 연락을 앞두고 사전에 합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 총통의 통화가 차기 미 행정부의 대(對) 대만 정책의 큰 변화를 시사하는지는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전망했습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도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했고,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지미 카터 정부 시절인 1979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습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뿐더러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에번 메데이로스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중국 지도부는 이번 통화를 역사적 균형에 대한 매우 도발적인 행동으로 볼 것"이라며 "의도적이었든 우발적이었든 이번 통화가 트럼프의 전략적 태도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FT는 트럼프가 취임도 하기 전에 중국과의 대형 외교 분쟁을 촉발했다고 진단했습니다.

BBC 방송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를 함으로써 미국의 정책 기조를 깼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탓에 미 백악관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우리의 관심사는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위는 오바마 행정부에 알리지 않고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심대한 외교 문제를 일으켰다는 반응이 나오자,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반박했습니다.

트럼프 인수위 측은 트럼프가 충분히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전화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켈리언 콘웨이 인수위 대변인은 CNN 방송에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이뤄지는 (대만과 미국의 관계) 문제에 대해 충분히 보고받으며 충분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정책 방향을 주시해왔던 중국도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오늘 "대만 측이 일으킨 작은 행동으로 국제사회에 이미 형성돼 있는 '하나의 중국'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왕 부장은 이어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견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도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이런 정치적 기초가 어떤 간섭을 받거나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공망(大公網)은 그동안 미국이 친(親) 대만 정책을 구사해왔지만,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흔들리지 않았다면서, 많은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행동이 미·중 관계에 재난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전했습니다.

환구망(環球網) 등은 왕이 부장이 말한 '대만이 일으킨 장난'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대만은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잉원 총통의 통화 성사에 잔뜩 고무됐습니다.

황중옌(黃重諺)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양호한 양안관계, 미국·대만관계는 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목표로 두 관계의 병행은 서로 모순되지도, 충돌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트럼프·차이잉원 대화가 미국산 무기 구매의 대가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건 미국·대만 관계의 의미를 협소하게 보는 것"이라며 "대만의 대외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만큼 일치된 태도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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