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통령 명예박사 박탈 요구 시위
일선 자치단체와 대학 등에서 수여한 명예시민증이나 명예박사 학위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공감을 토대로 오가야 할 명예로운 증서지만 취지와는 달리 정치화 경향을 보이고 남발되면서 논란과 반발을 낳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모교인 서강대 후배학생로부터 명예박사 학위 박탈 요구를 받았습니다.
2008년 카이스트로부터 받은 명예 이학박사 학위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경북대는 2014년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려다 학생, 교수 등의 큰 반발을 샀습니다.
대통령 말고도 명예 학위 수여 문제로 체면을 구긴 정치인들은 더 있습니다.
2009년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전남대에서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러 갔다가 학생들이 행사장에 몰려드는 등 반발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난해는 동국대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려다 학내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친박실세'로 잘 알려진 새누리당 윤상현(인천 남구을) 의원이 나주시로부터 명예시민패를 받기로 했다가 시민과 시민사회단체 반발로 없던 일이 됐습니다.
윤 의원은 올해 초 광주시로부터 명예시민증 수여가 추진됐다가 역시 같은 이유로 무산됐습니다.
지난해 서강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한 재계 인사는 '악덕기업주'라는 금속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가와 지역, 학교에 대한 기여 등을 이유로 명예박사 학위 수여가 추진됐지만 정작 당사자들 가슴에 상처만 남긴 사례가 적지 않은 셈입니다.
대학에서 주는 명예박사 학위는 국공립, 사립 구분 없이 대학들이 애용하는 카드입니다.
수여 대상은 정계나 관계, 재계 인사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학위를 매개삼아 이른바 '힘 있는 사람, 잘 나가는 사람'과의 연결고리로 활용하려는 속내가 깔렸습니다.
재계 인사는 거액의 발전기금에 따라 명예박사 수여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전남대 오승용 교수는 오늘 "명예박사나 명예시민을 수여하는 행위가 기업이나 관료에게 지원을 받고 반대급부로 명예를 주는 것"이라며 "명예나 정책 결정의 영향력, 돈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필요악'이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내 대학에서 수여하는 명예박사 학위는 연간 200개 안팎으로 지금까지 5천여명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남대는 1953년부터 모두 67명에게, 조선대는 1964년부터 58명에게 학위를 줬습니다.
정모 전 국회의장은 전남대, 조선대 등 두 대학 모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명예시민증 제도는 대부분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간 수백 명이 받는 셈입니다.
1966년 외국인 대주교에게 제1호 명예시민증을 준 광주시는 올해까지 60년간 102명에게 수여했습니다.
1995년 민선 자치단체 출범 전까지 1년에 1명 꼴인 29명에 불과했던 명예시민증 수상자는 이후 급증했습니다.
수상 이유도 정치적 고려가 다분합니다.
광주시는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개최와 관련해 국제대학스포츠연맹 관계자 13명에게 무더기로 명예시민증을 뿌렸습니다.
과거에는 장기간 봉사와 지원활동 등을 편 외국인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민선 이후 정치인, 관료가 주요 수상자입니다.
중앙 인맥 확보 명분으로 지역에서 재직한 법조, 경찰, 군, 국세청 등을 거쳐 간 기관장에게도 주는 실정입니다.
'명예시민증이 감사패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