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조사한 검사들…"박 대통령 예우하되 원칙대로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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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을 조사한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박근혜 대통령 수사를 앞둔 검찰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되 원칙대로 수사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국민 정서나 여론에 지나치게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검찰이 신뢰를 얻기 위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장 출신의 안강민(75·사법시험 8회)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나라를 위한 일인데 법에 따라 묵묵히 수사해야 한다. 제 페이스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 변호사는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서 노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뒤 특별조사실로 올려보내 1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는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당시 평검사로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며 "두 사람이 모두 불교 신자여서 여러 가지 대화를 하면서 조사가 아주 제대로 됐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전직에 확실한 피의자였지만, 박 대통령은 현직에 아직 뚜렷한 피의사실이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피의자 취급을 할 때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안 변호사는 조사 방식에 관해서는 "현직 대통령 예우상 검찰청으로 소환하는 것보다는 청와대나 제3의 장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여론에 편승하면 사건이 뒤죽박죽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대검 중수2과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문영호(65·사법연수원 8기) 변호사도 "대통령 수사는 원칙대로 엄정하게 하되 금도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문 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과 법감정이 나쁘다는 이유로 여론에 휘둘리는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키면서 원칙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소환조사가 불가능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울 수도 있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한 것도 아니고 하야를 한 것도 아니므로 검찰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변호사는 수사 과정을 공개하는 방안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한 템포 늦은 늑장 수사를 하면서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검찰청 창문을 가리는 것은 대표적인 실책으로,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노태우 비자금 수사 때는 두 달 동안 하루 한 번씩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여론의 관심을 고려해 수사 과정을 적절한 수준에서 밝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피의사실 공표나 사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충돌 등 부작용은 피하도록 상황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과거 전직 대통령 수사를 지휘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익명을 전제로 "상황이 상황인 만큼 검찰이 원칙대로 할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이라도 검찰이 위축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현직 때 '화이트워터 게이트'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 특검이 클린턴을 여러 차례 조사했는데, 검찰이 이런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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