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병준 '외면'속 속내는 복잡…사태 장기화 부담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3일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데 대해 복잡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이번 지명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참여정부 출신 인사인 김 내정자가 '국정붕괴'를 막기 위해 여야와 협의해 거국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나선 상황이 야당으로서는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주장해온 야권 내부의 목소리와 일정 부분 맥락이 통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이 김 내정자를 밀고 나가 대치 정국이 이어져 국정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야당도 비판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도 전개될 수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4일로 예상되고 있는 대국민담화에서 야당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이나 검찰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면 야권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일단 김 내정자의 이런 발표에 대해 야당은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논평에서 "야당과 협의도 없이 총리 인사를 단행한 것은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이라며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국정농단 경위에 대한 대통령의 소상한 설명과 사과이지, 김 내정자의 장황한 정견발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나아가 김 내정자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내정자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야권 인사인 데다, 국민의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는 인물인 터여서 그동안 직접적인 공격은 삼갔지만 이날부터는 태도가 달라졌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무대 위의 광대일 뿐"이라며 "진정 노무현 정신을 따르고 국가와 국민을 걱정한다면 국회의 뜻을 따라 지금 당장 총리 인선 절차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김 내정자에 대해 "박 대통령이 한 번 버리는 카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당은 일단 박 대통령이 야당과 협의한 뒤 새로운 총리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재차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3당 대표들과 만나 거국내각에 대한 총리를 합의해야 한다"면서 "김 총리가 무엇이라고 이야기한 듯 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안규백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한민국에 인재가 많다"면서 "수권을 지향하는 야당이 합의할 수 있는 총리 후보자들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으로서는 여권의 정국수습 노력에 계속 발목을 잡는 모양새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국정공백이 더 장기화될 경우 야당에게도 비판 여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여당의 책임총리에 대해 협조하라는 여론이 높아지면 야당은 당혹스러울 수 있고, 경제부총리의 공백 사태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논리와 수습 모델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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