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과도정부 총리 수용 시사에 與 '긍정 속 경계'·野 '불편'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어제(1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전권이 위임되는 것을 전제로 거국중립내각의 국무총리직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함에 따라 정치권에서 제기된 거국중립내각론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됩니다.

손 전 대표는 어제 SBS '3시 뉴스 브리핑' 프로그램에서 총리 제안시 수락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 자신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야가 진정으로 합의해서 새로운 과도 정부 성격의 내각, 중립 내각을 구성해 나라를 바꿔나가자는 자세가 확고할 때는 어떤 누구도 제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 전 대표는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경우 여당 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과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유력 후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언급은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던졌습니다.

특히 손 전 대표는 여권에서 처음 정치를 시작해 다른 야권 인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여권의 거부감이 적다는 강점도 갖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달 중순에 정계에 복귀했고 여전히 대선후보군으로 중량감을 지니고 있는데다, 진보 보수층 모두에서 일정한 지지 세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손 전 대표의 입장이 단순히 총리 '감투'를 제안하면 이를 받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에서 정치적 변수들은 있습니다.

손 전 대표는 새 내각의 성격을 '과도정부 성격의 중립 내각'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대통령은 내치와 외교 안보 이런 것들을 모두 내려 놓는다는 거국적 합의하에서 거국 내각 구상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말했고, "총리를 추천하려면 야당과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책임 총리는 거국 내각은 기본 성격이 다르다. 책임 총리는 대통령 아래서 국무총리가 일정한 정도의 각료 제청권을 행사하든지 이런 정도에 그치는 것이고, 거국 내각은 한마디로 말하면 과도 내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가 사실상 상실됐다는 전제에서 2017년 대선이든, 또는 개헌을 통한 새로운 권력구조 모델에서 차기 권력이 들어설 때까지 전권을 부여받고 국정을 챙기는 총리를 모델로 하는 점에서 '손학규 총리'의 실현 가능성은 넘어야 할 벽이 여러 개라는 점에서 미지수입니다.

우선 박 대통령이 '과도 정부 중립내각'의 개념에 동의 하며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하고, 여야 정치권이 모두 초당적인 합의를 해야 한다는 과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야권내에서는 각기 생각하는 바는 다르지만 공식적으로 거국중립내각에 대해서는 최순실 사태의 선(先) 진상규명이라는 대전제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새누리당이 주도해서 만드는 내각이 무슨 거국중립내각이겠는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여당에서 손 전 대표와 김 전 대표를 총리 후보로 거론하는 것 자체도 '최순실 게이트' 국면전환을 위한 정략적인 의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민의당도 애초 거국중립내각은 박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로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여러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손 전 대표가 원칙적으로 거국중립내각에 찬동하는 입장을 피력한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불편한 기류가 엿보입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거국중립내각의 총리를 누가 하느냐가 초점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대로 경천동지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며 "총리 문제는 다음에 논의할 기회가 또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탈당이 없는 내각은 새누리당의 내각이지 거국내각이 될 수 없다"면서 "새누리당은 우리에게 어떤 협의도 해오지 않았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손 전 대표가 과도 정부 성격의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경우 총리직을 수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과 경계하는 시건이 교차했습니다.

이상휘 대변인은 "거국중립내각의 총리는 기본적으로 대권 욕심과 정파 이익의 욕심이 없어야 한다"면서 "손 전 대표는 행정 경험도 있고 정치 역량도 충분하므로 인물면에서는 훌륭하지만, 만약 대권 욕심이 있다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총리 후보로 우리 측에서도 손 전 대표가 거론됐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우리가 환영한다고 밝히면 과연 민주당에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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