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러시아 폭군 이반 4세 동상 건립에 '푸틴과 닮았다' 찬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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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반 4세 동상 (사진=AP/연합뉴스)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남쪽에 있는 인구 30만의 도시 오룔에서 제정 러시아의 첫 공식 황제인 이반 4세(재위 1547-1584)의 동상이 제막됐다.

이반 4세의 조각상으로서는 처음이다.

이반 4세는 제정 러시아의 기초를 확립한 성공적인 통치자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영어로 이반이라는 이름에 끔찍하다, 소름끼친다는 뜻의 형용사 terrible을 붙여 'Ivan the Terrible'로 알려진 이반 4세는 집권 후반에는 수많은 정적을 처형한 잔인한 폭군의 대명사로 유명하다.

후계자인 아들을 직접 죽이기도 했다.

독재자 스탈린은 이반 4세를 '위대하고 현명한 통치자'로 숭상했으며 이반 4세 영화를 만들던 영화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을 직접 불러 이반 4세의 편집증과 광적인 처형 장면을 묘사한 영화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동상이나 조각상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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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러시아와 공산 혁명, 소련 붕괴 등 역사 변혁을 거치면서 시대를 상징하는 동상이나 조각물은 당시 상황에 따라 건립과 파괴의 순환을 겪었다.

1917년 공산 혁명 후에는 제정 러시아 시대 건립된 수백 개 조각상들이 파괴되고 공산 혁명 영웅들의 동상이 들어섰으며 니키타 흐루시초프가 들어서면서는 전임자인 스탈린 격하운동의 일환으로 그의 동상이 제거됐다.

1990년대에는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소련 시대 세워진 수많은 조각상들이 끌어내려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31일 이반 4세 조각상 건립을 최근 러시아 내 민족주의의 대두,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 강화와 연계해 조명하면서 이반 기념물 건립과 관련해 러시아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오룔시 역사박물관의 안드레이 미나코프 소장은 "(이반 황제 조각상에는) 많은 정치가 포함돼 있다"면서 "그가 통치자로서 행한 현실은 개인적 특성과 상관없이 일부 사람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반 4세 기념 동상 제막식에는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을 비롯해 러시아 내 주요 우익인사들과 푸틴 정부의 관리, 지방주지사 등이 대거 참석해 폭군으로 알려진 이반 4세에 대한 재평가에 나섰다.

이들은 이반 4세가 저질렀던 폭정과 학살은 뒤로한 채 그의 업적을 강조하면서 그가 역사적으로 부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상이 세워진 오룔은 이반 4세 시절 세워진 도시이다.

이반 4세가 재조명되면서 푸틴 대통령과의 연관성이 주목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장기 집권하면서 권력 집중을 통해 강한 러시아를 구축한 것으로 자평해왔으며 그의 집권하에서 러시아 민족주의가 급증해왔다.

특히 2014년 크림 반도 병합과 동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서방과 대립하면서 민족주의 분위기가 팽배해왔다.

푸틴과 이반 4세는 유사한 면이 많다.

이반 4세는 몽고 및 유럽국들과 잦은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히고 중앙집권화된 근대 러시아의 기초를 다졌다.

러시아 최초로 상비군을 창설했다.

일부 러시아 관리들은 이반 황제와 푸틴 대통령 간의 유사성을 노골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바딤 포톰스키 오룔 지사는 동상 제막식에서 "우리에게는 이반 대제처럼 세계가 러시아를 존경하도록 만든 위대하고 강력한 대통령이 있다"고 푸틴 대통령을 이반 황제와 비교해 찬양했다.

러시아 정부도 그동안 이반 황제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주로 유럽 측 역사가들이 주도하면서 편향돼왔다면서 이반 황제를 의도적으로 폄하한 당시 서유럽 측의 혹평이 현재 푸틴 대통령에 대해 벌이고 있는 정보전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와 우익진영 등이 이반 동상의 건립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나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일부 국영 매체들도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동상이 세워진 오룔에서도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 은퇴한 물리학자는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장소에 동상을 불법 건립한 혐의로 지역 당국을 고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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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가인 나탈리아 골렌코바는 "나사를 조이는 것을 상징하는 이반 황제의 동상이 중세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독재자는 독재자를 사랑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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