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폴란드 신경전 속 헬기계약 파기 법정공방 조짐

에어버스 "이제껏 쓴 비용 책임져"…프랑스 "EU기금 수혜국 폴란드 국익에 반해"
폴란드, 미 록히드마틴과 계약…"유럽이 감정적으로 대응"


폴란드가 대규모 군용 헬리콥터 구입 계약을 취소한 데 대해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가 법적 소송 제기 가능성을 시사하고 프랑스는 외교적 보복을 경고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란드가 에어버스로부터 35억달러(약 3조9천억원)에 군용 카라칼 헬리콥터 50대를 구입하기로 한 계약이 파기된 것을 두고 에어버스는 4년 전 입찰 때부터 계약파기까지 들어간 비용이 2천만 유로(약 248억원)를 넘는다면서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협상 결렬 바로 전날까지도 여러 차례 양보했으나 폴란드 정부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깼다고 주장했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정부 고객 중에 폴란드처럼 우리를 대한 곳은 없었다"며 "에어버스는 폴란드에 크게 투자하고 이 나라의 경쟁력 있는 항공우주사업 구축에 이바지하고자 했지만, 폴란드 정부가 우리 면전에 대고 문을 쾅 닫았다"고 비난했다.

폴란드는 작년 카라칼 헬리콥터 구매 가계약을 맺었으나 지난주 이를 파기한 데 이어 10일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블랙호크 헬기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폴란드 노동조합들은 폴란드에 공장을 두고 폴란드인을 고용하는 업체가 혜택을 봐야 한다며 에어버스와의 계약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보수 성향 '법과정의당'(PiS)도 집권 후 한목소리를 냈다.

록히드마틴은 시코르스키 공장을 폴란드에 두고 있다.

프랑스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계획을 당장 취소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고위 외교관은 "폴란드와의 양자 관계에서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폴란드의) 협상 종료 결정이 정치적이었던 듯하므로 (프랑스의) 대응도 정치적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다른 외교관도 폴란드가 유럽연합(EU) 구조투자기금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점을 들어 "이런 결정은 폴란드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이 계약은 폴란드 정부의 이념적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한 표현을 쏟아냈다.

에어버스 지분을 일부 보유한 독일에서도 유감 표명이 나왔다.

독일 연방안보방위산업협회는 "결과적으로 폴란드군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능력을 지닌 헬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민간·군용 부문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어 헬기 부문의 부흥을 꾀하던 에어버스와 경제·일자리 활성화로 바닥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려던 올랑드 대통령 모두 폴란드의 계약파기로 곤경에 처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프랑스 주도로 EU 회원국간 방위협력을 강화하려던 노력 역시 타격을 받게 됐다.

폴란드의 계약파기는 EU와 폴란드가 겪고 있는 갈등과도 관련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폴란드는 '법과정의당' 집권 이후 사법부와 언론에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법치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을 EU로부터 받았으며 폴란드가 이에 반발하면서 양쪽의 긴장감이 커진 상태다.

그러나 폴란드는 유럽 측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라도슬라프 도마갈스키 라베츠키 폴란드 경제차관은 "정부는 협상을 깬 것이 아니라 더는 유지에 의미가 없어 종료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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