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설·설·설…'재계약 이슈' 하정우는 왜 침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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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는 자타 공인 국민배우다. 그간 출연했던 작품들의 다양성과 연기의 스펙트럼을 통해 세대를 막론한 인기와 신뢰를 구축했다.

최정상에 선 배우들이 무게를 잡거나 말을 아끼는 것과 달리 홍보를 위한 방송 및 언론 노출에서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유머로 무장해 웃긴다. 그는 연기할 때 진지하고, 대중 앞에 설 때 가벼워질 줄 안다. 한마디로 언행에 대한 때와 톤을 아는 배우다.  

하정우에게 판타지오 아니 '나병준'이라는 키워드는 각별하다.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할 때마다 오늘날 자신을 있게 한 작품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표시해 왔다. 나병준 대표는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다. 

김용건의 아들로 배우 DNA를 타고났지만, 아버지의 후광을 버린 그에게 기회란 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알려진 대로 방송사 공채 시험에 여러 차례 낙방했고, 실패의 쓰린 상처를 안고 일찌감치 군대에 입대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 따위가 실패의 상처를 안긴 젊은이에게 얼마나 와 닿을까. 과거형일 때나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일 터. 그러나 하정우는 제대 후에도 배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전과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하정우에게 기회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나병준 대표를 만나면서부터다. 당시 최고의 연예기획사 싸이더스의 팀장이었던 나병준 대표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학생이던 하정우를 발탁했다.

소속사를 만난 하정우는 김성훈이라는 평범한 이름을 대신 개성 있는 예명을 얻게 됐고, 나병준 대표와 자신에게 걸맞은 옷(작품)을 골랐다. 하정우의 재능을 보여준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역시 이 즈음 만났다.

이미 많은 스타를 매지니먼트하고 있었지만 나병준 대표는 하정우의 가능성을 믿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하정우가 나병준 대표에 대해 고마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을 훌쩍 넘어 지금까지 이어졌다. 2008년 나병준 대표가 '판타지오'의 전신인 'N.O.A'를 설립해 독립할 때 하정우는 나 대표 믿고 따라갔다. 그리고 판타지오의 간판 배우로 오랜 기간 나병준 대표와 동반관계를 이어왔다.

하정우는 더욱 성장했고, 판타지오는 굴지의 연예기획사로 도약했다. 그 과정에서 간판배우 하정우의 역할과 후배들에게 전파한 긍정적 영향력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8월 하정우는 판타지오와 전속 계약이 만료됐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하정우의 전속 계약이 만료되자 그를 향한 러브콜은 이어졌다. 대형 기획사는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하며 영입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정우는 계약 만료 전까지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지난 8월 "하정우와 재계약을 생각 안 한다"는 나병준 대표의 인터뷰가 보도됐을 때 하정우는 영화 '터널'의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수많은 기자가 이와 관련한 하정우의 말을 직접 듣고 싶었지만 그는 언급을 아꼈다. 호형호제하며 오랫동안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온 두 사람이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는 그림을 보여주길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하정우는 본인의 입으로 거취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없고, 최측근에게도 말을 아꼈다. 이 이슈와 관련한 언론 노출에 신중함을 가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는 데뷔 때부터 오랫동안 자신을 매니지먼트 해온 나병준 대표에 대한 예의차원의 판단일 것이다.  

금일(12일) 오전 나온 재계약설 보도에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되레 판타지오만이 다시 한 번 "재계약을 '안' 한다"고 표명했다. 많은 대중은 '안'보다는 '못'이라고 생각할지라도 말이다. 

하정우의 거취는 알 수 없다. 본인 스스로가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한 설(舌)은 설일 뿐이다.

양측이 다시 한 번 함께한다면 상호 성장을 위해 응원해 줄 일이고, 설령 헤어진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보여지는 언론플레이는 사뭇 아쉽다. 죽고 못살던 연인도 돌아서면 '남'이 된다지만, 이 업계에서 배우와 매니저의 아름다운 이별은 없는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하정우의 침묵에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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