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레드카펫 시위' 김의성은 왜 철자를 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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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의성에 따르면 그는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버는 사람'(제25회 부일 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 소감 中)이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서 호연을 펼치며 홍상수 감독 최고의 파트너로 불렸던 그는 2000년 충무로를 떠났다. 베트남으로 건너가 10여년 간 사업가로 지냈다. 

그리고 2012년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남영동 1985'로 12년 만에 배우로 복귀했다. 더불어 '북촌방향',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과 같은 작품에 출연하며 '홍상수의 페르소나'라는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그리고 올해는 '부산행'으로 '국민 악역', '명존쎄 배우'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복귀 이후 김의성은 대중과 활발한 소통을 해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맹활약하며 SNS 파워맨으로 떠오른 것. 이 공간에서 그는 영화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세상 돌아가는 전반의 일에 대해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와 관련해서도 그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한발 떨어져서 봐도 안타까운 일인데 영화제 출범부터 성장까지 지켜본 중견 영화인으로서 얼마나 화나고 안타까운 일이었겠는가.

김의성은 지난 6일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올랐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 자격으로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이날 레드카펫을 거닐며 그는 피켓을 들었다. '인디펜던트 필름 페스티벌 포 부산'(INDEPEDENT FILM FESTIVAL for BUSAN)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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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시와의 갈등으로 크게 휘청인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를 걱정하며 영화제 자율성과 독립성 사수에 대한 바람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김의성은 작은 실수 하나를 저질렀다. '인디펜던트'라는 단어에서 철자 'N'를 빼먹은 것이다. 김의성은 개막식을 마친 후 자신의 SNS에 "쪽팔리다. n을 빼먹다니"라는 멘션을 올렸다.

개막식 전날 급하게 피켓을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능한 실수다. 그러나 불현듯 '이것은 정말 실수일까. 어쩌면 의도된 실수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분 채 되지 않은 레드카펫 세리모니에서 조금 더 관심을 모으고 화제를 일으켜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을까. 물론 이건 '꿈보다 해몽'에 가까운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다. 그를 만난다면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N을 독립시킨 건 실수였나요?"

김의성은 올해 제 3회 '사람사는 세상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도 활약한다. 2014년 노무현 재단에서 시작한 진보적 가치 지향의 영화제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가치를 추구하는 이 영화제의 성격과 영화들은 주목할 만하다.

어떤 의도와 목적을 띈 행동이 지향하는 결과와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하다. 김의성은 충무로 배우들을 대표해 부산시에는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영화제엔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일각에서 영화제 위기론을 말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영화와 영화인들이 있는 한 부산국제영화제는 계속 될 것이다. 

<사진 = 김현철 기자>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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