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부의 '우산혁명 주역' 입국거부에 中 개입했나?


군부 통치하의 태국 정부가 홍콩 '우산혁명'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19)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의 입국을 불허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웡 비서장은 4일 밤(현지시간) 방콕 쑤완나품 국제공항을 통해 태국에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연락이 끊긴 상태다.

웡 비서장은 현재 당국의 구금 상태에서 출국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정부는 아직 웡 비서장의 입국 불허 배경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를 초청한 학생운동가 네티윗 초티파이산은 중국 정부의 개입설을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국 정부가 그에 관해서 협조 요청을 했기 때문에 태국 당국이 입국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이런 주장에 대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또 그는 AFP통신과 통화에서는 "출입국관리 당국은 중국의 요청으로 그를 가뒀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웡 비서장을 비롯한 '우산혁명' 주역들이 홍콩의 자결권을 주장해왔다는 점과 그동안 태국이 중국 반체제 인사 관리에 있어 중국에 협조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태국에서는 제3국 망명을 준비 중이던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본국으로 송환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진보 매체 기자인 리신(李新)이 실종 20여 일 만에 중국에 돌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정치 서적을 주로 만들어 온 홍콩 출판사 대표 구이민하이(桂民海)은 스웨덴 국적을 보유했음에도 태국에서 휴가 중 실종된 뒤 중국 당국에 자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태국 정부는 지난해 말 둥광핑(董廣平)과 장예페이(姜野飛) 등 반체제 인사에게 밀입국 협의를 적용해 중국으로 강제 송환했다.

이에 따라 반체제 인사들은 중국의 비밀경찰이 태국에서 은밀하게 활약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태국 군부가 웡 비서장의 방문을 계기로 자국 내 학생 운동이 활성화되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군부는 지난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뒤 정치 집회를 허락하지 않았고,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의 기본권도 제한해왔다.

이런 군부의 통치방식은 국제사회로부터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군부는 이런 기본권 제한이 극심한 정치 혼란을 비롯한 태국의 독특한 정치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항변해왔다.

더욱이 태국 국민도 지난 8월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군부가 주도한 개헌안을 60%가 넘는 지지율로 통과시키면서 군부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입법회 선거를 통해 정계 진출도 성사시킨 홍콩 학생 운동 지도자의 방문이 껄끄러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웡 비서장을 초청한 학생운동가들은 최근 일간 방콕포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우산 혁명 주역을 통해 홍콩의 강력한 학생 운동 노하우가 전수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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