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 "내 임기중 美와 결별할 수도" 단교 으름장

연일 반미 언행…"오바마 지옥에나 가라…미국 앞에 무릎 꿇지 않겠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국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비판하는 미국에 대해 단교도 불사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으름장을 놨습니다.

필리핀 온라인매체 래플러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어젯밤 필리핀 마닐라의 한 유대교 회당을 방문해 최근 마약 소탕전을 독일 나치 정권의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거친 반미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외교정책을 변경하고 있는데 결국 내 시절에 미국과 결별할지도 모른다"며 "차라리 러시아와 중국으로 가는 편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결별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자신이 최우선 정책으로 삼은 마약 전쟁에 대해 계속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단교 카드도 꺼낼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중국, 러시아와 이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들은 국민을 존중한다"며 이들 국가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19일 중국에 이어 연내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국가로부터 무기 구매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다른 행사에서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는 동맹국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우리를 도와주는 대신 처음 비판한 곳은 미 국무부였다"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옥에나 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앞에 무릎 꿇느니 브루나이와 태국 왕 앞에서 꿇겠다"며 마약 용의자 초법적 처형을 중단하라는 미국에 다시 한 번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합동 순찰과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24년 만에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을 허용하는 양국 방위협력확대협정의 폐기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은 대미 관계와 관련해 "루비콘 강을 건너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필리핀으로부터 양국 협력 관계의 수정에 대한 아무런 공식 요청이 없었으며 동맹 관계는 견고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침 없는 반미 언행으로 관계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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