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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술집 스터디' 웬 말?…취준생 울리는 과장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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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안쪽 테이블부터 채워서 앉으세요.”

노란 불빛과 긴 테이블.

안내를 받고 2층으로 올라가니 테이블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동행한 사람들과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섬주섬 책을 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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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좁아서 옆 사람과 팔이 닿지만, 각자의 목표를 위해 그 정도 불편은 다들 감수합니다.

낮은 테이블과 등받이 없는 의자에 허리를 두드리며 우리는 오늘도 ‘스터디’를 합니다.

'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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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락한 스터디 장소를 제공한다더니

취업 시즌이 본격화 되면서 각종 스펙을 쌓기 위한 학원이 학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방학이나 취업 시즌 등 수강생이 몰리는 시기에는 학원 간 수강생 유치 경쟁도 치열합니다.

강남이나 종로처럼 학원이 포화상태인 지역은 수업 내용이나 강사만으로는 다른 학원과 차별화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원은 안락한 스터디 장소를 제공한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스터디는 수업 외 시간에 이루어지는 추가 학습입니다. 수업 전후로 4~6명 정도가 한 조를 이뤄 진행되죠. 조원들끼리 숙제를 검사하고, 시험을 치르면서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기도 합니다.

반강압적인 면이 있지만, 수업 전후 바로 추가 학습이 가능하고 학원 조교의 관리하에 장소도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스터디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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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바늘구멍 취업난 속에 취업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고, 서로에게 위안감을 얻을 수 있어 스터디에 나서는 취업 준비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원가는 수강생 유치를 위해 앞다퉈 안락한 스터디 환경을 홍보합니다. 문제는 스터디를 선호하는 학생들의 심리를 이용한 과장 광고가 끊이질 않는다는 겁니다.

● 학원 좋고 술집 좋고, 그럼 학생은?

학원의 이색 스터디 장소는 술집만이 아닙니다.

일부 학원에서는 노래방을 스터디 장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강 접수 시에 해당 사항을 안내하는 학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술집 스터디 경험 학생 ]

“저는 영어 말하기 수업을 신청했는데, 정원이 6명인 스터디로 철저한 1:1 관리를 해준다고 해서 등록했어요. 그런데 첫 수업이 끝나고 학원 밖에 위치한 2층짜리 술집으로 안내하더라고요.

6명이 정원이라더니 한 조에 10명씩 배정되어 있고, 술집이 꽉 차서 말 소리도 잘 안 들렸어요. 술집 좌석마저 부족해 간이 의자에서 2시간 동안 스터디를 하려니, 힘들더라고요.

항의할까 했는데, 조원들이 다른 학원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기 자격증 없으면, 취업 원서도 못쓰니까 그냥 참고 다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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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대여해주는 술집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보통 오후 5시 이후로 영업을 시작하는 술집들은 오전 시간에 수입이 없기 때문에 학원에서 지불하는 대여료가 부수입이 되는 겁니다.

술집은 학원으로부터 시간당 2~3만 원을 받습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만 대여해도 월 200만원 이상의 수입이 생기는 것이죠.

● 학원 과장 광고 이제 그만!

학원들이 술집을 대여해 스터디 장소로 제공하는 행위가 명백한 법규정 위반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강생들에게 사전에 스터디 장소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거나, 처음 약속과 다른 곳을 제공할 경우 과장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은 허위·과장광고가 의심되는 학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37개 학원이 허위·과장 광고 행위, 교습비 게시 위반, 강사 인적 사항 게시 위반 등으로 적발됐죠.

서울시교육청은 특히 허위·과장 광고 행위로 적발된 학원의 경우, 시정명령 이후에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미이행에 따른 벌점을 추가로 부과하는 등 지속적인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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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속에서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들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일부 학원의 상술. 불편을 감내하며 술집에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취준생들의 모습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빚어낸 기현상이자 우리 젊은이들의 서글픈 자화상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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