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영란법' 이전과 '김영란법' 이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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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영란법' 이전과 '김영란법' 이후 ① (9. 27.)

그럼 구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부패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국민권익위원회의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권익위는 매년 부패인식도를 조사해 발표합니다. 일반 국민, 공무원, 기업인, 외국인, 전문가 그룹으로 나눠 조사를 실시하는 데 조사 대상 별로 미묘한 인식차이가 납니다.

먼저 사회 전반에 대한 부패인식입니다.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보는 인식은 일반 국민들이 59.2%로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이어서 전문가가 55.2%가 부패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은 14%만 부패하다고 봤습니다. 청렴하다고 본 응답은 일반 국민은 불과 6.2%, 전문가 9.4%인 데, 공무원은 절반이 넘는 50.4%가 우리 사회가 청렴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최근 10년 간 부패수준의 추이를 봐도 이런 인식의 괴리는 여전합니다. 일반 국민이 2006년 63.4%가 부패하다고 봤는데 2012년 44.3%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뿐 여전히 5,60%대의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무원은 2014년 단 한 차례 20%대를 기록했고 10년간 꾸준히 10%대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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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부패 인식 추이

부패 문제에 관한 한 일반 국민들이 가장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한다는 얘기입니다. 국민들의 시각으로는 아직 우리 사회는 부패한 사회입니다. 김영란 법을 둘러싼 논란에서 여론이 비판적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면 법 적용 대상인 공무원들의 인식은 국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 간극이 논란을 불러온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로 전문가의 64.1%, 기업인의 58.8%, 국민의 55.2%, 외국인도 54.3%가 사회에 부패 행위가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공무원도 49.5%가 긍정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느 분야가 부패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이번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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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분야별 부패 수준

일부 응답에서 예외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정당, 입법 분야, 사법, 행정기관, 공기업, 언론 분야, 종교 단체, 문화 예술 체육 분야가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입니다.

다시 한 번 일반 국민과 공무원의 인식의 차이를 보겠습니다. ‘공무원이 부패하다‘는 응답 비율이 일반 국민은 57.8%인 데, 공무원은 불과 3.4%만 그렇다고 봤습니다. 이런 인식의 괴리는 앞으로 부패 정책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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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분야 부패 수준

실제로 금품 접대 경험도 꽤 있었습니다. 2015년 현재 기업인의 3.9%, 일반 국민의 2.4%, 외국인의 1.0%가 금품이나 접대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나마 이 수치는 많이 줄었습니다. 2008년에는 기업인의 19.3%, 5명 중 1명 꼴로 금품·접대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0년 11.1%로 떨어진 이후에는 10% 아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경우에도 2006년에는 9명 중 1명 꼴, 11.8%가 금품·접대 경험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전망은 어떨까요? 대부분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국민들의 51.2%, 기업인의 56.8%, 전문가 51.4%, 외국인 61.3%가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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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부패 전망

그래도 이 조사는 김영란법 논란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한 조사라는 점에서 이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김영란 법과 관련해 한 가지 특히 기업인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대부분 김영란 법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법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영국의 부패방지법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패 행위를 적용하게 돼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 기업이 김영란 법에 저촉됐을 경우 부패 기업으로 찍혀 영국과 관련된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선진국의 부패 방지법과 연계되면 해외 사업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김영란 법은 우리 사회의 부패를 극적으로 줄이는 장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년, 내후년 조사에서는 국제 투명성기구의 부패 인식 지수도 대폭 상승하고, 권익위의 부패인식도 조사에서도 국민들이 우리 사회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는 응답을 하는 그런 사회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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