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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반쪽 행사로 전락한 '이슬람 최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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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 불룩 솟은 언덕이 수많은 인파로 뒤덮였습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가 마지막으로 설교를 한 아라파트산을 오르는 순례객들입니다.

열사의 땅 사우디는 섭씨 40도가 넘습니다.

타는 듯한 태양을 피해 너도나도 우산을 들었습니다.

경비에 나선 군인들이 물도 뿌려주고 부채질도 해주지만, 사막의 열기를 식혀주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슬람교도라면 일생에 한 번은 사우디의 성지 메카를 방문해야 합니다.

지난 10일부터 엿새간 정기 순례인 '하지'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세계 각지에서 185만 명이 모였습니다.

[칼리드 유니스/성지순례객 (이집트) : 자비로운 산에 오른 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순례객들은 메카의 카바신전을 돌고, 사탄을 내쫓는 돌 던지기를 하고, 메디나의 예언자 사원을 방문합니다.

신성한 의무를 실천하며 마음을 정화하고 평화를 기원합니다.

[파디다 아와드/성지순례객 (시리아) : 성지에 와서 시리아를 위해 기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없습니다. 신에게 내 나라와 땅을 돌려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한꺼번에 1백만 명 이상이 몰려다니다 보니 하지엔 대형 참사가 반복됩니다.

지난해는 순례 도중 대규모 압사 사고로 1천 명이 넘는 신도가 숨졌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10만 명의 군경을 배치하고 순례객마다 신원 확인을 위한 전자팔찌를 착용시켰습니다.

이슬람의 최대 축제지만, 올해는 반쪽짜리란 오명을 얻었습니다.

사우디가 국교 단절을 이유로 이란 순례객에 대한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자, 이란이 하지 순례를 전면 거부해버린 겁니다.

이슬람 시아파인 이란 순례객들은 수니파인 사우디가 보란 듯 시아파의 성지인 이라크 카르발라로 향했습니다.

[카르발라 방문 이란 순례객 : 사우디 왕가가 우리한테서 하지를 강탈해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카르발라에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슬람의 양대 종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와 이란이 신성한 의무이자 화합의 축제를 힘겨루기의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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