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병우, 증인 채택…정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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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1월9일 국회 운영위원회.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석했습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현안이었습니다. 증인을 놓고 줄다리기 하던 여야가 ‘덜컥’ 합의를 합니다.

“문건 유출 장소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이니 민정수석이 출석해 답변하라”  버티던 김기춘 비서실장은 어쩔 수 없이 김영한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겁니다. “여야가 합의했으니 방법이 없소, 김 수석이 나와야겠소” “제가요? 제가 왜 나갑니까?” 실장의 지시를 받고 잠시 고민하던 김 수석은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사표를 내버립니다. 실장에게 항명한 겁니다.

표면적 이유는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한 전례가 없다’’였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유출된 문서가 작성된 시점은 전임 홍경식 민정수석 때 벌어진 일이고, 자신은 상관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일로 국회에 끌려나가 망신당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야당 공격의 목표가 청와대 3인방인데, 민정수석이 출석해 총알받이가 될 이유도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장악력이 강한 김기춘 실장이었지만, 옷 벗고 그만둔다는 민정수석의 항명을 제지할 방도는 없었습니다. 김영한 수석은 물러났고, 민정수석 국회 출석은 자연스레 무산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승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기춘 실장 역시 우병우를 민정수석으로 올려놓고 청와대를 나오고 맙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꼬박꼬박 출석했습니다. 첫 사례는 2003년 국정감사. 새누리당 전신인 당시 야당 한나라당의 요구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습니다.

2004년 1월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업무보고에 출석해 현안에 답변했습니다.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6년 11월에는 전해철 민정수석이 운영위 국정감사에 출석했습니다. 당시 청와대도 관행을 이유로 민정수석 불출석을 주장했지만,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적은 없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불출석은 말 그대로 관행입니다. 국정감사법 어디를 봐도 ‘청와대 민정수석은 증인 출석 안 해도 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증인 불출석 사유는 ‘사생활 침해 우려와 재판 혹은 수사중인 사안’ 뿐입니다.

사정을 총괄하는 민정수석 업무 성격 상 “그 문제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거나 “재판이나 수사 진행중이니 답변 못하겠다” 고 하면 그만입니다. 거기다 ‘민정수석 건드려 봐야 좋을거 없다’는 정치권의 현실적 계산까지 겹쳐, 청와대 민정수석 국회 불출석은 관행으로 자리잡았다는 게 정설입니다.

이런 연혁 속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조선일보가 시작한 각종 의혹 제기의 당사자로, 특별감찰관을 거쳐 검찰 특별수사팀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를 ‘청와대 흔들기’로 규정한 상태입니다. “부패 기득권 세력이 식물 청와대를 만들려 한다”는 인식입니다. 이후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기밀 유출 의혹과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의 비리가 터져 나오며 상황은 3차 4차 방정식으로 복잡해졌습니다.

현재로선, 우병우 수석이 국회에 출석할 가능성 보다는 전례와 관행을 들어 버티고 안 나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국회에 나가 ‘난도질’ 당하느니, 버티기가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셈법입니다. 야당은 그냥 못 넘어간다고 벼르며 일전불사 태세입니다. 

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어, 우 수석 출석 여부를 놓고 내부 진통이 심합니다. 20대 정기국회 초반, 추석 연휴를 전후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우병우 수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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