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 숨죽인 롯데…이벤트·행사도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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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가 6월 이후 3개월 가까이 이어지자 그룹 또는 계열사 주요 일정이나 마케팅·이벤트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검찰 소환을 앞두고 '43년 롯데맨'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다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까지 임박하면서 그룹 전체가 최대한 몸을 낮춰 눈치만 보는 상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원래 이달 초 서울 소공점(롯데백화점 건물 9~12층) '스타에비뉴(Star Avenue)' 거리 새단장(리뉴얼)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었다.

스타에비뉴는 소공동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 사이 통로로, 지난 2009년 12월 롯데면세점이 '쇼핑관광' 자원의 하나로서 한류 스타 사진과 조명 등으로 꾸민 공간이다.

최근 4개월동안 롯데면세점은 이 곳을 대형 LED 패널로 완전히 덮고, 한류 스타들의 사진·영상·손도장·애장품 전시장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우는 공사를 진행했다.

재개장식에는 이민호, 김수현, 이종석, 박해진, 엑소(EXO), 차승원, 최지우, 황치열, 슈퍼주니어, 투피엠(2PM), 트와이스, 이루, 엔씨티(NCT) 등 52명에 이르는 롯데면세점 모델들 가운데 상당수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순조롭게 행사가 추진돼 수십명의 한류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면, 서울 도심 일대가 마비될 정도의 '대형 이벤트'로 기록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델들과의 일정 조율 도중 지난달 26일 고(故) 이 부회장의 유고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개장식은 전면 취소되고 언론 홍보 활동도 보도자료로 대체됐다.

신동빈 회장이 각별히 애정을 쏟은 롯데콘서트홀(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 개관식도 무산됐다.

당초 롯데는 지난달 18일 신동빈 회장과 고 이인원 부회장, 계열사 대표들은 물론 각계 인사들까지 참석하는 '그룹 축제' 차원의 개관식을 기획했다.

약 1천200억원을 들여 완성한 이 콘서트홀은 기업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으로, 1988년 문을 연 예술의전당 음악당 이후 28년만에 서울에 처음 선보이는 클래식음악 전용공간이다.

2천36석 규모의 홀은 무대와 객석의 교감을 고려, 국내 최초로 객석이 무대를 에워싸는 빈야드(Vinyard) 형태로 설계됐다.

이처럼 인프라 측면에서 롯데가 많은 공을 들였을 뿐 아니라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9월 이 콘서트홀의 원활한 운영과 공연예술활동 지원을 약속하며 사재 100억원을 털어 롯데문화재단까지 출범시켰다.

하지만 비자금 의혹 수사가 장기화하자 롯데는 개관식 계획을 포기하고 8월 19일 곧바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대중 공연과 함께 콘서트홀을 선보였다.

심지어 롯데는 그룹의 경영 관련 행사로는 가장 규모가 큰 사장단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롯데는 수십년동안 상·하반기에 한번씩, 1년에 두 차례 계열사 대표들을 모아 '사장단 회의'를 열고 경영 환경 변화와 대응 방안, 계획 등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검찰 수사 등의 여파로 6월 중 개최 예정이었던 회의 자체를 취소했다.

예년 같으면 11월에 열릴 하반기 사장단 회의도 현재로서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제대로 추석 명절 분위기를 낼 수도 없다.

작년의 경우 추석을 앞두고 신동빈 회장이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계열사 직원, 배달·관리 등 용역직원 12만명에게 과일 선물세트를 선물했다.

하지만 올해 롯데는 신 회장 이름을 뺀 채 온누리상품권 10만원권을 일괄 지급하는 것으로 그룹 추석 선물을 대신하기로 했다.

롯데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빨리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 외에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며 "더구나 여러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 화려한 행사는 당연히 자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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