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춘 '金 송이'…가뭄·늦더위에 '귀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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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요? 이번 추석에는 산삼보다도 귀해요."

'가을 산의 선물'로 불리는 야생버섯 작황이 올해도 신통치 않다.

지난달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포자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데다 늦더위까지 이어져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도 구경하기 힘들다.

5일 충북 보은군 속리산 일대에서 버섯 채취 주민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야생버섯 수확에 나서고 있지만, 메마르고 더운 날씨 때문에 가져오는 게 거의 없다.

추석 선물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송이와 능이는 아예 나오지 않고 간혹 눈에 띄는 싸리버섯이나 먹 버섯도 크기나 품질이 예년만 못하다.

속리산산림부산물작목반의 박경화(59) 회장은 "서너 차례 산에 올라가 봤지만, 씨가 마른 상태"라며 "지난주 태풍 영향으로 50㎜ 안팎의 비가 내렸는데도 산림이 바싹 마른 상태여서 표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이·능이 같은 가을 버섯은 기온이 20∼25도 안팎이고, 습도가 높을수록 잘 자란다.

생육에 적합한 환경이 되면 땅속에 있던 포자가 발아돼 버섯 자실체(子實體·몸체)로 성장한다.

그러나 올해는 장마 이후 한 달 넘게 불볕더위와 가뭄이 이어진 데다 늦더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충북에 내린 비는 724.8㎜로 평년 1천1.8㎜의 72.3%에 불과하다.

이날 기준 아침 최저기온은 21∼23.6도로 떨어졌지만, 낮에는 28∼30도의 늦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가강현 국립산림과학원 임상공학부 박사는 "버섯의 몸체는 90%가 물이어서 덥거나 가문 환경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며 "올해 극심했던 여름 가뭄이 버섯 생육에는 최악의 환경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충분한 비가 내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는 올해 송이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 달가량 강수량과 기온이 버섯 작황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대표적인 송이 산지로 꼽히는 월악산 주변도 상황이 비슷하다.

주민들이 지난주부터 야생버섯 체취에 나서고 있는데도, 송이를 땄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 주민은 "산에 올라보면 바싹 마른 낙엽만 수북이 덮여 있고 송이나 능이는 나올 기미조차 없다"며 "올해 추석에는 국내산 송이 맛보는 게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지독한 흉작이라 송이를 구경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귀하게 채취한 송이는 부르는 게 값이다.

이 지역 송이는 3년째 흉작이다.

과거 한해 1천㎏ 넘게 따기도 했지만, 지난 2년 동안은 3분이 1도 건지지 못했다.

추석 선물로 많이 나가 추석 전에 수확해야 목돈을 만질 수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열흘 앞으로 다가온 추석 전에 수확 채취가 불가능해 버섯 채취 농민들은 울상이다.

한 버섯 채취 농민은 "추석 전에 선물 수요가 몰려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데 올해는 헛일"이라며 "추석이 지난 뒤 기상 여건이 좋아져 송이가 나와도 목돈 만지기는 글렀다"고 말했다.

어대영 단양군 산림녹지과장은 "포자가 형성되는 시기에는 사나흘에 한 번 정도 비가 내려야 하는데, 최근 몇 년은 가물 때가 많았다"며 "지구 온난화의 후유증이 야생버섯 생육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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