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리포트+] "자연재난이 제일 안전"…'헬조선' 불신하는 국민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가상의 블랙코미디 상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습니다. 그런데 지진과 화산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도리가 없는 자연 재난에 많은 이들이 공포에 휩싸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태연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입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국민안전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안전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자연재난’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느 분야가 가장 안전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1.1%가 ‘자연재난’이라고 응답했죠. 교통사고(11.3%), 시설물 붕괴(10.8%)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보다 교통사고나 시설물 붕괴 등 인재(人災)가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국민이 가장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일까요?

바로 감염병입니다. 응답자의 4.4%만 안전하다고, 즉 열에 아홉 명 이상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지난해 7월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나 최근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안전체감도는 일반 시민과 중·고생, 전문가 등 2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됩니다. 5점 만점으로 5점에 가까울수록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은 것이죠.

국민안전처가 지난 18일 공개한 사회 전반에 대한 안전체감도는 2.79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2.88점보다 낮아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에는 2.48점으로 최악을 기록했죠.

오프라인 - SBS 뉴스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메르스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 2.75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대형사고가 없어 2.88점까지 상승했으나, 올해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다시 뚝 떨어진 겁니다.

올 상반기 안전체감도가 떨어진 데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2월), 일본 구마모토 강진(4월),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사고(5월) 등 안보와 자연재해, 흉악범죄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 사회적 이슈 때문일까…

안전체감도의 증감이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주요 안전사고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국민은 객관적 지표보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사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해석합니다.

사건·사고들이 언론의 보도나 여론에 의해 집중 부각되면서 국민의 불안 심리가 확산된다는 것이죠.

반면 안전체감도의 증감이 사회적 이슈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복적인 사고 발생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국민이 정부 대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정부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담당 기관이 내놓은 대책도 비슷한 사고를 예방할 수 없는 ‘미봉책’이라는 것이죠.

지난 5월,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작업자 사망 사고에 대해 서울메트로 측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1월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 작업자가 수리 도중 숨지는 사고가 있었고, 2015년 8월 강남역 스크린도어에도 같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재발 방지 약속은 이미 지켜져야 했던 것이죠.

● 정부도 국민도 준비가 필요해!

국민들은 설문조사에서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법·제도 정비 등 안전정책 개선’을 꼽았습니다.

이어 '개인의 안전의식 향상'을 두 번째로 선택해 정부와 함께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제대로 된 안전 대책 마련과 더불어 안전수칙을 무시하거나, 위험 지역에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개인의 부주의도 개선돼야 한다는 겁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이번 한번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전불감증이 우리 사회의 오래된 풍토병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풍토병을 치료하려면 정부는 ‘말 뿐인 대책’에서 벗어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나부터’ 안전수칙을 지키는 개인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인재로 인한 더 이상의 ‘참사’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댓글
댓글 표시하기
리포트+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