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민연금의 불안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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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1월말부터 국민연금의 문턱이 크게 낮아진다. 특히 그 동안 소외됐던 저소득층에 대한 문이 넓어졌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개정안에 따르면 높은 보험료 부담때문에 가입하지 못했던 저소득층의 최저 보험료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연금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현재 직장인이 아닌 사람이 국민연금에 의무가 아닌 자발적 가입이라는 이른바 임의가입을 하려면 소득이 월 99만원이 되어야 했고 또 그들이 내야 할 최저 보험료가 8만 9100원이나 된다. 숫자대로만 따진다면 월 99만원을 버는 사람이 지금도 먹고 살기가 힘든데 짧게는 십 년 길게는 수십 년 후를 바라보고 매달 보험료를 납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하물며 99만원을 벌어 10퍼센트에 가까운 8만 9100원을 매달 낸다는 것 그 자체도 현실성이 없는 일이다.

일단 개정안은 지금 소득의 절반 수준인 월 52만원 정도의 소득자가 최소 월 4만 7천원만 내면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도록 해 놓았다. 또 젊었을 때 1년 정도의 직장 생활만 하고 전업주부가 된 저소득층도 최저 소득금액으로 임의가입하고 추후 납부제도를 통해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충족한다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은 현재도 생활이 어렵지만 미래는 그야말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암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번에 복지부가 내놓은 국민연금의 저소득층에 대한 확대는 일단 환영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날 나온 또 하나의 뉴스는 국민연금에 대해 마냥 희망의 청사진으로만 바라보기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국민연금 기금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영본부의 직원들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무더기로 경고 또는 주의를 받았다고 한다. 국민연금기금본부는 1999년에 설립돼서 현재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의 일부를 국민연금 보험료로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액수는 무려 533조 원이나 된다. 

그 기금운영본부의 일부 직원들은 해외 투자를 하면서 안 줘도 되는 운영 보수를 초과해서 지급할 수 있게 계약을 맺었다. 또 지침상 수익률이 저조해 전액 회수 대상이 된 펀드에 대해서는 위탁자금을  전액 회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회수 조치를 하지 않거나 일관된 기준 없이 감액해서 회수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강제적이든 임의적이든  힘들게 나온 돈을 그저 눈먼 돈이라고 생각했을까.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의구심은 사실상 매우 크다. 내가 낸 돈이 과연 나의 노후를 책임져 줄 수 있을까는 차치하고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할 수 도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2060년이 되어서야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 될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정부기관이나 많은 전문가들은 2060년 보다 15년이나 앞당겨서 2045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나 국민연금기금공단이  2060년을 기금 고갈 시기로 잡는 것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수익률을 7.2퍼센트로 전제하고 추산했지만 회사채 수익률이 3%선이고 현재의 초저금리 기조에 비추어보면 예상수익률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감사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정한 기금 소진 시점이 엉터리이며 저출산노령화-생산인구비율 감소- 저성장 지속등의 경제적 악재에 의해 고갈 시점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KDI와 일부 전문가들은 2042년을 기금 고갈 시기로 잡기도 했다. 이와함께 이번에 드러난 국민연금기금운영본부의 무능과 불투명한 운영 방식 등은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성에 한층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노동당이 사회보장제도의 강화와 확대를 내세운 슬로건으로 국민의 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최저 생활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수많은 사회 보장 제도 가운데 국민연금은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복지부가 내놓은 저소득층에 대한 국민연금의 확대 방안은 일단 그 취지는 환영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국민연금 기금의 투명한 운영과 그 운영 실태에 대한 정직한 보고서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국민연금을 바라볼 수 있다. 이젠 저소득층의 돈마저 불확실한 미궁 속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깊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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