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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돈 낼 테니 재학생 시켜줘요"…씁쓸한 '취준생'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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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유예하니까 한 과목인데도 등록금이 많네요. 원래 등록금의 1/6이라는데…, 부모님께 죄송해요. 다른 학교도 비슷한가요?” (아이디 altm****)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취업을 위해 이른바 ‘대학 5학년’이 되는 일은 주변에서 흔합니다

재학생 신분이어야 취업에 유리할 거란 생각에 학점 이수 등 졸업할 요건은 갖췄지만, 일부러 졸업을 미루는 것이죠. 

하지만 졸업 유예에는 경제적 부담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대학에 따라서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별도의 등록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죠.

금액은 천차만별입니다.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학교도 있지만 60~70만 원을 내야 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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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은 취업 걱정과 등록금 부담에 아직도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느냐는 재학생 후배들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졸업 미뤄도 학점수강 '의무', 등록금 '의무'

올해 초 한 시민단체가 전국 주요 대학 31곳의 졸업 유예 제도를 조사해봤습니다. 

졸업을 유예해도 학점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한 의무 규정 여부에 따라 등록금이 크게 나뉘었습니다. 반드시 1학점 이상 듣게 한 대학은 18곳(58%)으로, 조사한 대학의 절반이 넘었습니다.

또 이들 대학의 상당수(11곳, 61%)는 1~3학점만 듣는 경우 ‘등록금의 1/6’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한 학기 등록금이 보통 300만 원이 넘다 보니 1/6이라 해도 6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취업 준비에 온전히 신경을 쓰기 위해

1학점만 들어도 60~70만 원을 내야 하는 셈입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내지만, 대학으로부터 그만큼의 콘텐츠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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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유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측의 배려는 딱히 없다는 것이죠.

해당 시민단체가 졸업을 유예한 학생 7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학교 측이 별도로 제공하는 강의나 콘텐츠는 따로 없다는 답변(34.2%)이 가장 많았습니다.

[ 졸업 유예 학생에게 학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있습니까? ]

① 취업을 돕기 위한 졸업 유예 학생 대상의 강의가 개설돼 있다. (6명/ 8.6%)

② 토익 수강할인, 취업특강, 취업컨설팅, 기업 채용설명회, 인턴 매칭 등 기회 우선 제공 (17명/ 24.3%)

③ 강의는 따로 없고, 학생증으로 학교 시설 이용만 가능하다. (23명/ 32.8%)

④ 따로 제공되는 것 없다. (24명/ 34.2%)

(자료=청년이여는미래)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재학생과 차별을 두기 위해 추가 등록금을 낸 졸업 유예 학생들에게 도서관 이용 등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 모 대학 졸업 유예 학생 ]

“학교가 학생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요. 학교가 좋아서 졸업을 연기하는 게 아닌 걸 뻔히 알면서도 과도한 등록금을 요구하는 게 아닌지…”

● 학점비례 등록금제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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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 야당 의원 28명은 ‘학점비례 등록금제’ 도입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듣는 학점만큼만 등록금을 내도록 해 합리적인 부담을 지우도록 하자는 것이죠.

학점 수와 상관없이 학기마다 전액을 내야 하는 현행 등록금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자는 게 목표입니다.

[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의원 ]

“현행 등록금 제도는 명백한 대학의 횡포입니다. 수업을 듣지 않는 데도 돈을 모두 내라는 건 대학들의 이른바 ‘등록금 장사’를 하려는 불합리한 제도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졸업 유예가 ‘필수코스’가 된 현실에서는 초과 학기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학점비례 등록금제가 시행되면 기존 1~3학점 듣는 데 전체 등록금의 1/6을 내야 하는 경우보다 부담이 훨씬 줄어들죠.

가령 한 학기(18학점) 등록금이 310만 원인 대학은 학점당 등록금은 17만 원꼴입니다. 

만약 졸업 유예 학생이 2학점만 선택했다면 그에 비례해 34만 원만 내면 되죠. 등록금 1/6 액수인 51만 원보다 훨씬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졸업 유예 학생에게 추가 등록금을 받는 게 비단 장삿속만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졸업 유예 학생이 증가해서 기존 재학생이 받아야 할 각종 복지나 혜택이 줄고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그들이 이용하는 학교 시설에 대한 관리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 서울 모 대학 측 관계자 ]

“졸업 유예 제도로 졸업 유예 학생이라는 또 하나의 학생 계층이 생겼습니다.

 기존 재학생들에게 투입돼야 할 인력이나 학교 시설, 시스템 등에 부족하다 보니 제한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취업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조건 졸업을 장려하면 취업률에 큰 타격도 있다 보니 마냥 내버려두기도 어렵습니다.”

올 들어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 최악인 상황이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늘구멍 취업난에 졸업 유예 학생들이 처한 현실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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