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개발된 초등 1∼2 수학교과서, 어렵고 불친절"

교육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분석…"선행학습 여전히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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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배우기에 대한 우리 교과서(좌)와 일본 교과서 (사진=연합뉴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개발된 초등학교 1, 2학년 수학교과서 내용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게 기술되는 등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내년 3월 새학기부터 쓰이게 될 초등 1, 2학년 새 수학교과서의 현장검토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고 23일 밝혔다.

현장검토본이란 교과서 완성본이 나오기 전에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제작하는 시안 형태의 교과서를 말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현재 초등 1, 2학년의 교과서를 새로 개발 중이다.

사교육걱정 분석에 따르면 우선 1, 2학년 새 수학교과서에 포함된 교육과정 분량이 기존 교과서에 비해 6.5%밖에 줄지 않았으나 페이지 분량은 30% 이상, 특히 수학익힘책은 절반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기존의 스토리텔링 수학이 글자가 너무 많아 어렵고, 책도 너무 무겁다는 지적이 있어 페이지를 많이 줄였다고 설명하지만, 사교육걱정은 페이지 축소로 오히려 내용이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기존 초등 1학년 1학기 교과서 1단원에는 숫자 0의 개념을 배우는 소단원이 별도로 있어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배울 수 있었는데, 새 교과서는 페이지 축소로 인해 내용도 함께 축약돼 버렸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은 또 수학교과서에 글자가 많이 등장하고 긴 문장 형태로 답을 쓰게 하는 등 문제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연결큐브' '행복랜드' '미션' '우즐카드' '퀴즈네어 막대' '수 배열표' 등 어려운 어휘도 다수였다.

사교육걱정은 "국어시간에 겨우 한글 자모를 배우는 아이들이 수학시간엔 문장을 직접 쓰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셈"이라며 "이는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등 한글교육 분량을 크게 늘리겠다고 한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등 외국 교과서와 비교해도 우리 초등 교과서는 어렵고 진도도 빨라 선행교육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1∼5의 수 개념을 익히는 내용만 보더라도 일본의 초등 1학년 교과서는 12쪽, 핀란드 교과서는 16쪽에 걸쳐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는 2쪽에 그쳤다.

또 일본의 1학년 수학 교과서의 처음 25쪽은 어떤 문장제 글도 나오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교과서와 별도로 제작하는 수학익힘책 역시 문장이 길고 지시문도 많아 부모가 도와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혼자 이해하기에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은 지난해 7월 자체 조사 결과 초등 6학년 생 중 '수포자'(수학포기자) 비율이 36.5%였다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현장검토본이 불과 4개월 만에 제작되는 등 교과서 개발이 무리하게 추진돼 이런 문제점이 나타났다"며 "지금이라도 현장 지적을 받아들여 쉽고 친절한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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