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줄에 멍게가 없다" 폭염에 남해안 멍게 '쑥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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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사등면 가조도 창촌항 앞바다 멍게양식장.

창촌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가면 도달하는 멍게양식장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흰색 스티로폼들이 바다에 둥둥 떠있습니다.

스티로폼에는 굵기 5cm짜리 밧줄이 끝없이 묶여 있고, 밧줄에는 다시 길이 5m짜리 봉줄(멍게가 매달려 자라는 줄)이 수없이 매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봉줄에는 요즘 한참 살이 올라야 할 멍게들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멍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야 할 봉줄에 정작 멍게는 없고 이름 모를 자잘한 바닷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멍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는 결론입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20여분 거리에 있는 거제시 청곡마을 앞바다 멍게양식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 양식장 봉줄에도 멍게들이 거의 붙어있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70~80%는 폐사됐다고 보면 된다. 폐사 원인은 아무래도 폭염 같다." 멍게수협 서의동(37)씨는 멍게 특유의 바이러스성 물렁병으로 인한 폐사치고는 규모가 너무 크다면서 멍게 대량 폐사를 폭염 탓으로 돌렸습니다.

멍게는 바닷물 수온이 영상 25도가량에서 잘 자라는데, 이달 들어 통영, 거제 일대 바닷물 수온은 30도에 육박했습니다.

이미 통영시 산양읍 일대 가두리양식장에서는 뽈락, 우럭 등 양식 어류의 대량 폐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 씨는 "멍게가 특유의 물렁병으로 폐사했다면 코를 쥐게 하는 악취가 나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악취가 나지 않는 것으로 봐 폭염에 따른 폐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4년 전에도 멍게 폐사가 심했던 적이 있었다면서 그 이후로 이렇게 폐사가 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통영·거제를 중심으로 한 경남 남해안에서는 한해 3만여t의 멍게가 생산돼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생산량이 올해의 20% 수준에 머물 전망입니다.

양식어민들은 이달 중순들어 멍게 폐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멍게수협에 피해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피해 보상과 관련이 있는 만큼 멍게 폐사가 폭염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물렁병 등 다른 게 원인인지를 규명합니다.

양식어민들은 그저 아무런 대책없이 폭염이 진정되고 수온이 낮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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