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계사도 기업감사 참가?" 국내 자격취득 회계사들 뿔났다

회계사회, 미국 회계사 업무 분야 재검토 착수…회계사들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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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격증을 딴 이른바 '미국 회계사'의 자격과 업무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회계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회계사회)가 미국 회계사의 업무 영역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작업에 착수하자 일부 회계사들이 미국 회계사의 기업감사(監事) 참가를 오히려 합법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회계사회는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외국 회계사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회계사의 업무 분야를 재검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르면 외국 회계사는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고서 원 자격국의 회계법과 회계기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회계법과 국제회계기준에 관해 자문업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 회계사들이 대형 회계법인에 취직한 뒤 자문업무 외에 회계사의 주 업무인 기업감사에 참가해 한국 회계사 업권을 침해한다는 국내 회계사들의 불만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급기야 작년 말 미국 회계사가 한국 공인회계사를 사칭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회계사회가 검찰에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현행법상 미국 회계사가 기업감사 업무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문업무는 할 수 있는 만큼 기업감사 과정에서의 자문 서비스 제공은 가능하다는 것이 회계사회의 논리다.

회계사회 관계자는 "작년 외국 회계사 자격 논란이 일어서 이들의 업무 범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검토하는 것"이라며 "기업 감사업무가 다원화되다 보니 미국 회계사에게 감사를 맡긴다기보다는 감사에 필요한 조언을 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인데 용어 사용에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회계사들은 한 기업의 감사에 여러 회계사가 팀을 꾸려 투입되므로 감사팀에 자문만 한다고 해도 결국 감사업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회계사회의 TF 활동이 그간 암묵적이던 외국 회계사의 기업감사 참가를 공식화하는 빌미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장은 "실제 기업감사 현장에서 외국 회계사들이 감사업무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외국 회계사들이 한국 회계사를 사칭하는 문제를 계속 지적해도 회계사회는 '그러면 신고를 잘하라'는 말밖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계사들은 회계사회가 대형 회계법인의 눈치를 보고 미국 회계사 업무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 이후 회계업계에 대한 지탄이 쏟아지면서 기업감사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대형 회계법인으로선 미국 회계사의 업무 참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계사들은 매년 1천 명가량이 새롭게 배출돼 처우와 위상이 계속 악화하는 마당에 미국 회계사까지 감사업무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입지가 한층 위축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한 회계사는 "한국 회계사는 힘들게 시험을 통과하고 실무실습까지 해서 겨우 자격증을 얻는데, 상대적으로 자격증 따기 쉬운 외국 회계사가 감사까지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변호사도 국내에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한다"며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회계사들이 금융위원회에 제대로 등록하지 않고 대형 회계법인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행태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회계사회에 등록한 외국 회계사는 16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 4대 회계법인에 실제로 몸담은 외국 회계사는 수백 명에 달한다.

회계법인들이 사업보고서에서 밝힌 미국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는 삼일PwC 393명, 삼정KPMG 197명, 딜로이트안진 214명, EY한영 126명이다.

한국 회계사 중 외국 자격을 중복으로 취득한 경우를 감안해도 적지 않은 외국 회계사들이 대형 회계법인에서 회계사가 아닌 일반 직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형 회계법인들은 작년 말 검찰 고발 사건 이후 미등록 외국 회계사에게 회계사 명칭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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