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바다 들어가 해경 구조 30분간 거부한 남성

부부싸움 후 화 식힌다며 입수…고집부리며 구조 시도 모른 척
"먼바다 태워주겠다" 설득에 승선…"도움 필요한 사람 피해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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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를 거부하며 해경과 대치하고 있는 남성 (사진=연합뉴스)

부부싸움 후 화를 식힌다며 바닷물에 들어간 40대 남성이 해경의 구조 시도를 거부하며 약 30분 동안 해경과 대치하는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21일 오후 A(48)씨 부부는 지인 부부와 함께 부산시 기장군 해안을 찾았다.

휴일을 맞아 더위도 식힐 겸 찾은 나들이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A씨 부부가 말다툼하면서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오후 6시께 A씨가 화를 식힌다며 바다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평소 남편의 뛰어난 수영 실력을 잘 알기에 A씨 아내도 그저 A씨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해안에서 점점 멀어지던 A씨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불안감을 느낀 아내는 오후 6시 22분께 울산해양경비안전서에 신고했다.

울산해경 순찰정과 민간해양구조선 등 선박 2척은 어렵지 않게 A씨를 찾았다.

해경은 구명환을 던지며 A씨를 구조하려 했지만,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A씨가 구명환을 외면한 채 계속 해상에 있겠다는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다.

확성기로 거듭 설득해도 A씨는 묵묵부답하며 구조를 거부했다.

설득은 약 30분간이나 이어졌고, 그 사이 A씨는 해안에서 약 300m나 떨어진 지점까지 떠밀려갔다.

해경은 A씨가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불편하다는 말까지 들었던 터라 시간을 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속해서 말을 걸자 A씨는 "먼바다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순간 해경은 기지를 발휘해 "먼바다까지 배로 한번 태워줄 테니 배에 타시라"고 설득했다.

그제야 A씨는 못 이긴 척 배에 올랐고, 즉시 육지로 옮겨졌다.

해안에 대기하던 119구조대가 혈압과 체온 등을 확인했으나 A씨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A씨는 부인과 함께 귀가했다.

해경 관계자는 "다리가 불편한 A씨가 약 1시간 동안이나 해상에 있던 상태여서 탈진이나 저체온증이 걱정됐고, 해도 점차 지고 있었다"면서 "구조를 거부한 속마음이야 모르지만, 황당한 고집 때문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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