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친분' 부장판사 사건 재배당 요구 안해…'부적절' 논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고가 외제차를 사실상 공짜로 받은 의혹을 받는 현직 부장판사가 네이처리퍼블릭 관련 사건을 맡고도 소속 법원에 재배당 요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도권 지방법원 김 모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피해자인 사건 3건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사건은 모두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만들어 유통한 상표법 위반 사범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당시 인기 제품이던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 92% 수딩젤' 위조 제품이 국내외에서 대량 유통돼 큰 피해를 봤습니다.

관련 사건이 모두 김 부장판사에게 배당된 것은 그가 속한 재판부가 해당 법원의 지적재산권 사건 전담 항소심 재판부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당시 정 전 대표와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져 회피나 재배당을 신청하는 것이 마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해당 사건을 맡지 않는 회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이미 사건을 맡아 심리를 진행 중이어도 대법원 '법관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배당된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을 때'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넘겨달라고 배당권자에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 부장판사는 항소심 판결이 진행되던 때 이미 정 전 대표와 금전이 오가는 거래를 하는 등 특수한 관계를 맺은 상태였습니다.

그는 2014년 정 전 대표로부터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5천만 원을 주고 샀습니다.

이는 당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검찰은 정 전 대표가 차량 매각대금을 김 부장판사에게 일부 돌려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차를 공짜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또한 김 부장판사는 이후 정 전 대표와 베트남 여행을 함께 다녀오는 등 매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검찰 수사팀은 정 전 대표 명의로 발행한 100만 원권 수표 5∼6장이 김 부장판사 측 가족계좌로 유입된 단서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돈이 부의금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뿐 아니라 2013년에는 김 부장판사의 딸이 정 전 대표가 후원하는 미인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정 전 대표가 뒤에서 힘을 써준 것이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습니다.

김 부장판사의 행동은 정 전 대표 사건과 관련해 회피 신청을 낸 임모 부장판사와 비교됩니다.

서울중앙지법에 근무 중이던 임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배당받은 지난해 12월 29일 정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법조 브로커 이민희 씨와 강남의 고급 일식당에서 만나고 나서 스스로 사건 회피 신청을 냈습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 사건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판결을 내린 배경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 '짝퉁' 제품 제조업자들이 법원에서 엄벌을 받도록 해 달라며 로비스트 역할을 한 강남 성형외과 의사 이 모 씨에게 1억 원가량을 건넨 것으로 보고 관련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지난해 10월쯤 김 부장판사에게 '짝퉁' 사범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법관이 공정한 재판이 곤란하다고 판단하면 재배당을 신청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결론적으로 불공정한 재판 결과가 나타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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