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은 했는데…" 납 범벅 우레탄 트랙 '속수무책'

"부직포 비싸 맘 놓고 덮지도 못해"…무방비 노출
경기교육청 "모든 학교 교체하려면 최장 1년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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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마치고 17일 개학한 경기도 수원의 A고등학교 운동장엔 우레탄 트랙을 따라 성인 허벅지 높이로 노란 노끈이 둘러쳐져 있다.

노끈 중간에는 '출입금지'라는 경고문구도 달렸다.

이 주변으로 사람 통행이 잦았는지 노끈을 연결한 플라스틱 말뚝 하나가 구부러져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했다.

트랙 일부 구간은 부직포를 덮어 놓았지만, 노끈에 출입금지 표시가 전부인 나머지 우레탄 트랙의 출입통제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이 학교는 두 달여 전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에서 한국산업표준(KS) 기준 90㎎/㎏의 9배에 달하는 납이 검출됐다.

그 뒤로 우레탄 트랙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체육 활동이 활발한 고등학생의 출입을 일일이 통제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학교 교감은 "운동장에서 축구시합을 하며 뛰놀다 보면 굴러간 공을 주우러 간다든지 우레탄 트랙을 밟고 지나가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납 1천300㎎/㎏이 검출된 수원의 또 다른 공립고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학교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우레탄 트랙을 부직포로 덮어두는 것 외에 딱히 대책이 없다"며 "예산도 그렇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해 우레탄 체육시설이 학생과 주민에게 그대로 노출된 학교도 적지 않다.

유해 우레탄을 차단하려면 부직포 등으로 덮어 놓으면 되는 데, 이 예산이 생각보다 부담돼 덮개를 충분히 구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준치의 150배가 넘는 납이 검출된 성남의 한 초등학교 농구장에는 안내 현수막과 팻말만 있을 뿐 접근 금지선이나 바닥 덮개가 없어 누구든지 출입이 가능한 상태다.

더구나 우레탄 바닥과 운동장 흙이 경계도 없이 뒤섞여 있어 중금속 성분이 운동장이나 인접한 정문 통학 통로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운동장 진입로 부근 트랙에만 부직포를 조금 깔았는데 100만 원은 족히 들었다"며 "학교 운영비로 쓰기엔 큰돈이라 부담이 돼 트랙 전체를 부직포로 덮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우레탄 교체작업을 위한 예산이 배정되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교육청 역시 '예산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돼 교체가 시급한 학교가 경기도 내 245곳이지만 도교육청이 교체작업을 위해 당장 투입한 예산은 예비비 20억원 뿐이다.

이는 겨우 31개 학교의 체육시설 41개만 교체할 수 있는 규모다.

도교육청은 추경으로 우레탄 교체예산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전체 소요예산 307억여원의 절반 정도만 신청한 상태다.

결국, 당장 예산이 투입된 31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빨라야 올 연말, 최대 1년 뒤까지 예산배정만을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이 배정되더라도 우레탄 트랙을 교체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몇 곳 안 되기 때문에 모든 학교의 우레탄 시설이 교체되려면 내년 상반기는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분당을) 의원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우레탄 농구장에서 농구공을 튀길 경우 중금속이 손에 묻고 입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크다"며 "우레탄 체육시설의 조속한 철거를 위해 교육부는 교체가 시급한 900여개 학교에 대한 예산 766억원을 추경에 우선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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