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에 적힌 호수와 건축물대장의 호수가 서로 달라 보증금을 날리게 된 세입자가 중개업자와 중개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 손해를 일부 배상받게 됐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박모씨는 2011년 3월 중개업자 이모씨를 통해 서울 송파구의 한 다세대 주택 303호에 2년 전세계약을 맺고 세입자로 들어갔다.
현관문에 303호로 표시돼 있어 임대차 계약서와 전입신고서는 모두 303호로 작성했다.
확정일자도 303호로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건축물대장과 부동산등기부상으론 박씨 집이 '302호'였던 것이다.
법적인 303호 거주자는 박씨의 집 맞은편 세대였다.
계약을 갱신해 3년째 이 집에 살던 박씨는 맞은편 세대가 공매절차에 들어가면서 비로소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확정일자를 받아둔 박씨는 장부상 303호에 대한 채권 신고를 해 보증금 9천500만원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실거주자가 아니란 이유로 거절당했다.
장부상 303호는 결국 지난해 제3자에게 낙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씨가 거주한 장부상 302호엔 모 상호저축은행에 채권최고액 65억원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중개업자 이씨가 계약 당시엔 장부상 303호의 등기부를 뗐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힌 박씨는 결국 이씨와 한국공인중개협회를 상대로 각각 9천5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임수희 판사는 이씨와 협회가 각각 3천800만원씩 박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임 판사는 "이씨는 건축물대장·등기부상의 표시와 현관문 표시가 다른데도 이를 간과한 채 부동산을 중개했다"며 "이씨의 과실로 박씨가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만큼 배상 책임을 지고, 협회는 이씨와의 공제계약에 따라 손해배상액 상당의 공제금을 박씨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임 판사는 박씨도 계약 당사자로서 부동산 현황을 스스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점, 부동산 현황과 장부상 표시가 뒤바뀌는 일이 흔하진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이씨 등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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