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시즌 도중까지도 내가 직접 올림픽에 뛰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까 후배들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가 웃으며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둔 '한국 골프의 선구자' 최경주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 이후 1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골프에서 최경주 감독도 직접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는 "사실 나도 선수로 나오고 싶었다"고 털어놓으며 "내가 양보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와서 보니 후배들이 나가는 것이 맞고 내가 치면 안 되겠다는 점을 느꼈다"고 전했다.
최경주 감독은 "그만큼 내가 어느덧 멀리 간 것"이라고 자신의 골프 인생을 돌아보며 "중간에 내가 들어가서 직접 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아마 내가 직접 쳤어도 이런 바람에 혼쭐이 나지 않았겠냐"고 껄껄 웃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안병훈(25·CJ)과 왕정훈(21)이 모두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최 감독은 "선수 때는 내 할 일만 하면 되지만 감독으로 와보니 샷 하나만 잘 안 돼도 '내 기도가 잘못된 건가'하는 생각마저 들더라"며 "나도 선수만 하다 보니 선수들 바람막이와 같은 복장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기는 매일 바람이 풍속과 풍향이 달라지니 종잡기 어렵다"며 "기온도 그 변화의 무게가 만만치 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안병훈, 왕정훈과 보낸 1주일에 대해 "아마 두 선수도 그렇고, 나도 잊을 수 없는 올림픽이 된 것 같다"며 "선수들이 사실 미안할 것도 없는데 죄송하다고 그러고, 나는 또 위로하고 그러다 보니 대회가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이 안병훈과 나란히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하자 "여기 왕정훈까지 있으면 함께 찍겠지만 한 명하고만 같이 찍으면 감독으로서 좀 그렇다"고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 감독은 "사실 대회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대회가 8월인데 7월 초 순위로 올림픽 출전 선수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시간 여유가 매우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나라별로 자율성을 부여해 랭킹에 관계없이 시간 여유를 두고 선수를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경기도 개인전만 할 것이 아니라 단체전이나 남녀 혼성전을 추가해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올림픽에 골프가 112년 만에 돌아왔는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연습 첫날에는 대회장에 자원봉사자 외에는 아무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이날은 최소한 3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갤러리들이 들어찼다는 것이다.
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이날 골프장을 찾아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다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로 돌아가는 최 감독은 "이달 말 시작하는 바클레이스 대회부터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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