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쓰레기는 두고 몸만 '쏙'…하루 8톤 해수욕장 실태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휴가철을 맞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평일 하루 나오는 쓰레기 양은 얼마나 될까요?

8톤입니다. 2리터 생수병 500통이 1톤 무게이니, 8톤이면 4천 통과 맞먹습니다.

매일 생수병 4천 통 무게에 가까운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 청소반입니다.

휴가철 성수기가 다가오면 청소 작업은 밤낮없이 24시간 계속됩니다. 새벽, 주간, 야간 3교대로 불철주야 움직이죠. 남들은 휴가 성수기에 어디로 떠날지 고민할 시기에 청소반 직원들은 ‘쓰레기 성수기’를 맞이하는 셈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수욕장 해운대의 청소반 관계자로부터 매년 반복되는 쓰레기 실태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편집자 주>

오프라인 - SBS 뉴스

▷ 기자: 하루 쓰레기가 정말 8톤이나 나오나요?

▶ 해운대 청소반: 아무래도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리다 보니 밤낮 할 것 없이 쓰레기가 나와요. 휴가철 하루 8톤 정도 수거되니까요. 주말엔 그보다 더 많을 때도 있고요.

▷ 기자: 하루 중에서도 쓰레기가 제일 많은 때는 언제죠?

▶ 해운대 청소반: 일단 밤이 유독 많죠. 낮보다 인적이 한산한데도요. 날이 어두워지면 젊은 남녀가 술과 안주 사다가 백사장에서 돗자리 깔고 먹거든요.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지다 보니 거기서 나오는 쓰레기가 제일 많죠. 음식물 쓰레기랑 술병이 대부분이죠.

▷ 기자: 청소하면서 제일 힘드신 게 뭐죠?

▶ 해운대 청소반: 이게 도로나 바닥에 버리는 쓰레기랑 달라요. 그런 것들은 빗자루로 쓸어 담으면 그만이죠. 하지만, 모래사장 속 쓰레기는 모래에 파묻혀 있거나 섞여 있어서 치우는 게 배로 힘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모래 속에 파묻힌 쓰레기 때문에 종종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죠.

▷ 기자: 쓰레기 때문에 사람이 다친다고요?

▶ 해운대 청소반: 바닷가니까 맨발로 다니시잖아요? 모래에 폭죽 잔해나 병 조각, 캔 뚜껑 같은 딱딱한 물질이 많거든요. 그런 것들에 발바닥이 찔리거나 찢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얼마 전에는 저희 직원 한 명도 슬리퍼 신고 작업하다가 폭죽에 들어 있던 철심에 발이 찔리기도 했죠. 요즘은 비치클리너라는 청소차를 동원해서 모래 속에 숨겨진 쓰레기까지 구석구석 치우는 중입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 기자: 제일 꼴불견인 쓰레기 얌체족은 뭐가 있을까요?

▶ 해운대 청소반: 피서객들이 마구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근처 주민이에요. 피서객들 쓰레기 버리라고 마련한 쓰레기통에 주민이 가정용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종종 적발되거든요. 마치 피서객인 척 휴가철을 틈타서 몰래 버리다 보니 단속하는 것도 쉽지 않고요.

▷ 기자: 하루 8톤 되는 쓰레기가 꼭 해수욕장 피서객에서 나오는 건 아니었군요?

▶ 해운대 청소반: 네, 해수욕장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범인은 다양하죠. 주민뿐만 아니라, 근처 펜션에 묵으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해수욕장에다 몰래 버리는 관광객까지 있어요. 아주 최근에는 차를 동원해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버리다가 적발돼서 100만 원 과태료를 물은 관광객도 있었죠.

▷ 기자: 그런 무단 투기를 단속하기도 하나요?

▶ 해운대 청소반: 부피나 규모에 따라 20만 원에서 많으면 1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어요. 하지만, 단속은 어렵죠.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주소나 전화번호 같은 정보를 알아내기가 힘들거든요. 현장에서 직접 무단 투기 행위를 붙잡지 않는 이상 쓰레기를 버린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아요.

▷ 기자: 쓰레기 문제를 단속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네요.

▶ 해운대 청소반: 네, 그렇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늘 시민의식이 아쉽죠. 인파가 드문 새벽에 청소 작업이 주로 이뤄지는데, 그때까지도 백사장에서 술자리 하는 젊은 남녀들이 많아요. 그들은 노는 데 방해되다 보니 불만이 생기고, 저희는 내일 또 이곳에 올 관광객들을 위해 깨끗이 치워야 하고… 서로 입장이 다르다 보니 종종 다툼이 생겨요.

▷ 기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 해운대 청소반: 자신이 만든 쓰레기는 본인이 가져가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그저 쓰레기는 내버려두고 몸만 빠져나가기 바쁘잖아요. 바람직한 시민의식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미화 / 디자인: 정혜연)

오프라인 - SBS 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