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은 언제, 왜 야유를 보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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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기가 국가 대항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경기장 관중석에서는 야유와 환호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영국 BBC는 10일(현지시간)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이 어느 올림픽 때보다 관중의 야유가 많다며 그 이유와 상황 등을 6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일단 브라질 관중은 그냥 재미 삼아 야유를 쏟아내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홍보담당 마크 애덤스 국장은 "왜 어떤 선수에게는 야유를 보내고 다른 선수에게 그러지 않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애덤스 국장은 "줄곧 응원하던 특정 선수와 팀에게도 곧바로 야유를 보내는 걸 보면 브라질 관중들은 박애주의자들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영국 샐퍼드 대학의 앤드 미아 교수는 "소리를 지르고 야유를 보내는 관중을 처음 봤을 때 스포츠맨십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곧바로 그게 경기를 즐기는 그들의 방식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의 열정적이고 일상적인 축구장 응원 방식을 올림픽 경기장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아 교수는 특정 선수를 향한 야유가 그가 이기자 환호로 바뀌는 풍경으로 미뤄볼 때 야유에 꼭 악의가 담기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약자의 선전을 격려해 경기의 박진감을 높이려고 유력한 승자에게 일부러 야유를 퍼붓는 경우도 목격됐다.

농구 조별예선에서 관중은 약체 크로아티아를 일방적으로 응원하고, 강팀인 스페인에 야유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스페인은 크로아티아에 72-70으로 패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도 약체 이라크 팀에는 열렬한 응원이, 파라과이 팀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돌아갔다.

영국 서식스 대학교의 미디어 역사학과 데이비드 헨디 교수는 "관중은 영웅과 악당의 대결 같은 드라마를 원한다"며 "이는 올림픽 야유의 고귀한 전통"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유독 야유를 많이 받는다는 게 리우올림픽 야유의 세 번째 특징.

러시아가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을 부추긴 의혹이 있음에도 IOC가 국가 차원의 출전금지 처분을 내리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다.

올림픽 입장식 때부터 야유를 받은 러시아 선수단에서 수영 여자 100m 접영에 나선 율리아 에피모바는 역영 내내 야유를 받고 은메달에 그쳤다.

그는 끝내 시상대에서 울음보를 터뜨렸다.

러시아 남자 권투 선수인 예브게니 티첸코는 미국 일간 시카고 트리뷴 인터뷰에서 "정말 당황했다"며 "이렇게 대접받는 게 처음이고, 꽤 실망했다"고 말했다.

정치인과 심판을 겨냥해 쏟아지는 야유가 네 번째, 다섯 번째 유형으로 분류된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심판으로 직무 정지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도 곤욕을 치렀다.

테메르 부통령의 올림픽 개회선언의 뒷부분은 스타디움을 메운 관중의 집단 야유에 묻히고 말았다.

2012년 런던 장애올림픽(패럴림픽) 때도 현재 총리가 된 테레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과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은 미온적 장애인 정책 탓에 시상식 때마다 야유를 받았다.

심판이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 불만도 야유의 유형들로 분류됐다.

남자 다이빙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브라질 선수에게 최저점이 부여되자 심판은 관중으로부터 '분노의 야유'를 받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철봉에서는 고난도 기술에 성공한 알렉세이 네모프(러시아)가 낮은 점수를 받자 관중이 심판진에 집단 야유를 보냈다.

당시 양태영(한국)의 채점 오류로 체조 심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탓에 야유는 무려 7분간 지속됐고 심판진은 그 위세에 눌려 네모프의 점수를 올려줬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느끼고 있던 한국 펜싱의 김정환은 심판을 향한 브라질 관중의 야유가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개최지가 브라질이다 보니 브라질과 맞서는 선수와 팀은 관중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마지막 유형의 야유다.

그러나 브라질 관중은 국기와 다름없는 남자 축구에서 졸전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0-0 무승부를 기록한 자국 대표팀에도 야유를 퍼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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