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강화한다고 주민센터 간판 또 교체…비용만 175억 원


11일 오전 부산의 한 주민센터.

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온 주민 이진영(47·여)씨는 직원에게 주민센터 명칭이 행정복지센터로 바뀐다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동사무소에서 바뀐 주민센터 명칭이 이제 익숙해지나 싶었는데 또 생소한 이름으로 바뀐다니 행정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서비스가 좋아지면 좋겠지만 당분간 또 헷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9년 전 주민 맞춤서비스를 한다며 52년 만에 동사무소 명칭을 주민센터로 바꾼 정부가 복지서비스 기능 강화를 위해 다시 주민센터 명칭을 변경해 170억여원의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은 지난해부터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 부산은 올해 5월부터 '다복동'(주민에게 다가서는 복지동 조성)이라는 이름의 사업으로 일선 동 주민센터에서 취약계층 발굴과 복지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에 나서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한발 더 나아가 올해 5월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사무소) 명칭을 '행정복지센터'로 바꾸고, 별도의 복지전담팀을 둬 찾아가는 개인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방침에 따라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사무소)는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행정복지센터(영어명칭 Community Service Center)로 명칭을 변경한다.

일선 주민센터는 기존 현판을 바꾸는 것은 물론 버스정류소·도로표지판·지하철 안내도, 지역안내도·관광안내도 등 각종 안내판의 주민센터 명칭을 올해 하반기까지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행자부는 9년 전인 2007년 동사무소를 복지·문화·고용 등 주민생활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통합기관으로 만든다며 52년 만에 전국 145개 시·구의 2천166개 동사무소 현판을 교체한 바 있다.

정부 수립 이후 반세기 넘게 사용해온 읍·면사무소 명칭도 행정복지센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행정자치부는 주민센터 명칭 변경과 정비 예산으로 500만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한다.

올해만 624개(31억2천만원), 2018년까지 전국 3천502개의 주민센터·사무소 명칭 정비에 총 175억1천만원의 예산이 쓰일 예정이다.

이 예산은 한 번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 3만7천255명에게 한 달 47만원 상당의 생계급여를, 조손가정 아동 2만5천14명에게 한 달 생계비와 양육비로 70만원을 줄 수 있는 큰 규모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는 정책을 펴고 널리 이를 알리려고 주민센터 명칭을 바꾸는 것은 의미 있는 예산 투자"라며 "큰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기존 명칭으로 충분히 복지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데 명칭과 현판을 교체하는 것은 보여주기식·성과주의 행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성 부산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은 "175억원의 적지 않은 예산을 간판교체가 아닌 취약계층이나 주민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정책 취지에 맞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