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전희숙 "그 점수만 인정해줬음 역전했을 텐데…"

애매한 판정 속에 16강에서 러시아 선수에게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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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고 속상하죠.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승패는 이미 결정이 난 것 같아요." 애매한 판정 속에 16강 무대에서 탈락한 한국 여자 펜싱 플뢰레의 전희숙(32·서울시청)은 심판 판정에 대한 억울함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전희숙은 10일 밤(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16강에서 러시아의 아이다 샤나예바(30)에게 11-15로 패했다.

이날 경기에서 전희숙에게는 아쉬운 장면이 3차례 있었다.

그중 두 차례 정도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판정이었으나 마지막 판정에 대해 전희숙은 절대 승복할 수 없었다.

전희숙은 3라운드 9-12에서 샤나예바의 공격을 막아내고 찌르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심판은 전희숙의 득점을 인정하는 대신 샤나예바의 손을 들어줬다.

전희숙은 투구를 벗고 판정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비디오 판독 이후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전희숙의 득점을 인정했더라면 점수 차는 2점으로 줄어들어 충분히 역전을 노릴 만했다.

맥이 풀린 전희숙은 막판 추격전에도 11-15로 무릎을 꿇었다.

전희숙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억울함에 피스트를 떠나지 못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4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헤쳐내며 꿈꿔온 올림픽 꿈이 부당한 심판 판정에 산산이 부서졌다는 생각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김정환의 남자 사브로 개인전 4강전을 응원하기 위해 11일 오전 경기장을 찾은 전희숙을 만났다.

그는 "그 점수만 인정해줬더라면 역전을 하는 상황인데, (심판진이) 너무 점수를 안 주더라고요.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얘기가 다 끝난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죠"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전희숙이 제기한 편파 판정 의혹은 상대 선수가 러시아 선수라서 개연성이 짙다.

세계 펜싱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는 국제펜싱연맹(FIE)의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회장이 바로 러시아 국적이다.

세계 100위 안팎의 거부인 우스마노프 회장은 '펜싱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심판진을 포함한 펜싱계 전반에 두둑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스마노프 회장의 영향 탓에 러시아 선수들에게 편파 판정이 많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거든요. 감독님과 코치님도 잘했다고, 네가 이긴 경기라고,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그러세요." 전희숙은 "속상하다"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라며 체념하듯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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