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셔야 해요" 폭염 아랑곳 않고 일하는 어르신들 보호 '진땀'

지자체, 일자리 사업 단축·휴업…밭일 어르신 찾아가 휴식 권하고 홀몸노인 안부 확인


"어르신, 이런 날씨에 계속 일하시다간 큰일 납니다. 제발 그늘로 들어가 쉬세요." 충북 충주시는 최근 노인 일자리 사업 근무시간을 하루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이고, 일하는 시간도 폭염을 피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도록 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는 아예 사업을 일시 중단하고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한낮 불볕더위로 인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예방 조치다.

전남도 역시 노인 일자리 사업 활동 일수를 월 10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홀몸 노인의 안부를 매일 1차례 이상 확인하고 있다.

폭염의 무서운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온열환자도 급증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더위에 취약한 노인 보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제천시 보건소는 홀몸노인과 거동 불편자 등을 대상으로 폭염 대비 건강관리 방문 서비스를 강화했다.

취약 계층에게 안부 전화를 걸거나 집이나 경로당으로 직접 찾아가 건강 상태를 점검한 뒤 필요하면 곧바로 진료에 들어간다.

폭염 질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맞춤형 응급대처법 교육도 한다.

음성군은 독거노인 생활관리 전담반을 꾸려 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대상자 950명에게 폭염 사전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폭염 상황과 대응 요령을 미리 알려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폭염 특보가 예상될 때 실시간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폭염 정보 전달 시스템도 마련했다.

청주시를 비롯해 일부 지자체는 공무원을 현장에 투입, 폭염 사고 예방을 위한 순찰에 나섰다.

매일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을 돌며 휴식을 권고하는 안내 방송을 하고,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는 노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한낮 무더위에는 쉼터에 들어가 휴식하라고 권유한다.

청주시 한 공무원은 "더울 때는 쉬시라고 권해도 '이런거 저런거 가리면 언제 일하느냐'며 막무가내로 밭이며 비닐하우스로 나가신다"며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셨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건강을 해칠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최근 각 시·군과 노인회에 공문을 보내 노인 폭염 피해 예방수칙을 전달하고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도는 "심혈관계 질환을 가진 홀몸노인 등 폭염 취약자를 파악해 집중 관리하고,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오후 1∼5시에는 밭일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밭일 도중 숨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9개 부처가 참여하는 폭염 피해 예방 관계기관 긴급 대책회의까지 열었다.

국민안전처는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지역 자율방재단과 경찰 순찰을 강화하고, 마을별로 매일 2차례 이상 안내방송을 하도록 했다.

질병관리본부(KCDC) 온열질환자 감시체계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23일 감시체계 가동 이후 이달 8일까지 발생한 온열환자는 모두 1천160명, 사망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1천51명)와 2014년(818명) 연간 환자 수를 넘어섰고, 최근 5년간 연평균 온열질환자(1천128명)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흔히 온열질환은 강한 햇볕을 직접 받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내외를 막론하고 머무는 장소의 온도가 높으면 어디서든 발병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실내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열사병이나 열탈진 등 온열질환을 막으려면 적절한 냉방과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며, 땀으로 배출된 염분 보충을 위해 이온음료나 소금·레몬즙을 탄 물을 마시는 것도 좋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에 배포한 노인 폭염 대응 행동요령에서 "폭염기에는 식사를 가볍게 하고 물은 자주, 많이 마시는 게 좋다"며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근육 경련을 느끼면 통풍이 잘되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한 뒤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 선풍기로 몸을 식히고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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