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페스가 경기 패배 후 링 위에서 공중제비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로에서 열린 남자 복싱 라이트급 예선전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흥미로운 광경이 연출됐습니다.
어린 온두라스 선수가 레프리가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알리자 링 정중앙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이내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았습니다.
심판 판정에 복종할 수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테오피모 로페스라는 이름의 이 온두라스 복서는 본디 미국 태생으로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대표팀 소속이었습니다.
19살에 불과했지만, 리우올림픽 대표 선발전에도 나가 승리를 거두면서 오랜 꿈이었던 미국 선수로서의 올림픽 출전은 현실이 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 복싱을 관장하는 국제복싱협회(AIBA)에서 관련 규정상 미국대표팀 선수로 인정할 수 없다는 통보가 왔고, 코치이기도 한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미국 선수 자격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로페스는 끝내 아버지의 나라인 온두라스 선수로 리우데자네이루 링 위에 올라야 했습니다.
비록 상대를 KO로 때려눕히진 못했으나 이날 경기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심판 전원일치 0-3 완패.
브라질 관중은 자국 선수 패배가 아닌 데도 큰 소리로 야유를 보냈습니다.
19세 복싱 꿈나무가 링 위에서 공중곡예를 벌인 건 이런 이유입니다.
로페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을 내세워 날 미국 선수로 받아주지 않은 AIBA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게 결국 화근이 됐다"며 "AIBA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단체"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링 위에 올라 상대를 죽이지 못한다면 절대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편파 판정으로 인한 패배는 예상했던 결과"라면서 과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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