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에서 올림픽을 한차례 치른 탓인지 중국의 올림픽 관전 열기가 다소 차분해졌다.
올림픽 개막 이튿날까지 첫 금메달 소식을 기다려야 했던 중국은 과거와는 달리 메달 색깔과 숫자에 연연하지 않은채 8일 여자 10m 공기권총 결승전에서 장멍쉐(張夢雪·25)의 금메달 소식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중국이 올림픽 개막 첫날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중국이 하계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1984년 이후 32년동안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두 번째였다.
중국은 과거 올림픽의 금메달 수를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으로 여기며 광적인 올림픽 관전 열기를 보였다.
금메달을 딴 선수를 영웅으로 추켜세우고 자국 선수들에게만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는게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치르며 숙원을 해소한 뒤부터 올림픽을 바라보는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부터 맹목적인 스포츠 애국주의의 문제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개최국인 영국이 개막 닷새뒤에야 첫 금메달을 따고도 차분히 행복감을 토로하던 한 영국인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는 한 칼럼니스트의 기고문도 있었다.
당시 중국의 한 광고회사가 조사한 '중국인의 올림픽 심리' 보고서에서 최고 관심사로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종목(7.0%)을 꼽은 사람이 가장 많았고 개·폐막식(6.2%), 최고기록 경신(5.9%), 국내외 스포츠스타(4.6%), 성화봉송(4.0%) 등을 들었다.
중국의 메달 성적(6.9%)과 중국의 전통 강세 종목(6.6%)에만 신경을 쓰는 이는 소수에 그쳤다.
올림픽 경기를 '전쟁'으로 간주하거나 서방 선수들을 '적'으로 매도하는 경우도 사라졌다.
중국 기업인 마오펑(40)씨는 "메달 숫자나 색깔은 더는 중요하지 않다"며 "과거 중국에 금메달은 애국의 상징처럼 사용됐으나 지금은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7일 중국과 캐나다의 여자농구 예선 경기에서 중국은 68대 90으로 크게 부진했는데도 중국인들은 크게 실망하지 않는 눈치였다.
한 네티즌은 경기결과 소식에 "1등만 기억하지 마라, 2등, 3등도 박수갈채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중국은 이번 리우올림픽에 사상 최대 규모인 416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으나 예전보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크지 않은 선수들도 대거 참가시켰다.
참가 자체와 성적 향상에 비중에 두는 방향으로 올림픽 참가 의미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상에는 금메달에만 초점을 맞추는 풍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국가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갈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언론매체와 공산당은 첫 금메달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올림픽 정신은 메달이 전부가 아니다. 스포츠를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리우는 너무 위험한 도시"라며 "금메달을 따든 말든 중요치 않다. 무사하게만 돌아와라"고 말했다.
신화통신도 개막 첫날 중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놀랍지 않다"고 전하며 "첫 금메달은 중요치 않다. 중국 선수들은 자신감과 차분함을 보여줬다. 이는 금메달보다 더 값진 소식"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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