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잇단 결핵 감염…"불안감 느낄 상황은 아냐"


대학병원에서 또 의료인 결핵 감염이 의심되자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고대안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정기 건강검진에서 결핵 감염 의심으로 나타났습니다.

확진 판정은 아니지만 앞서 이대목동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간호사의 결핵 감염에 이어 나온 사례여서 의료인의 결핵 감염관리에 우려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병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오히려 병을 얻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의료인 결핵 감염이 국내 결핵 발병률을 고려했을 때 비정상적인 사태가 아닌 만큼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합니다.

의료인의 잇따른 결핵 감염 발생에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결핵 발병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5년 결핵 환자 신고 현황'을 보면 인구 10만 명당 결핵 신환자 수를 뜻하는 신환자율은 63.2명입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1위로 2위인 포르투갈(25명)과 3위 폴란드(21명)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보건당국은 우리나라 국민 3분의 1은 '잠복결핵' 환자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결핵은 영양 상태가 불량한 때 잘 걸리는 후진국병이지만 한국은 결핵 환자 수 감소가 급속한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게 '결핵 OECD 1위'라는 부끄러운 결과로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잠복결핵은 우리 몸속에 결핵균이 들어오더라도 활동성을 띄지 않는 경우를 뜻합니다.

잠복 결핵은 타인에게 전파력이 없지만, 10명 중 1명 정도에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병합니다.

염호기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홍보이사(서울백병원)는 "국내 결핵 발생현황을 고려하면 대형병원 종사자 가운데 결핵 환자가 1명 발생한 것은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염 이사는 "의료인이 결핵에 걸린 이후 증상이 나타나 전파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환자를 돌봤다면 문제가 있지만, 이번 사태의 경우 정기 건강검진에서 확인됐다"며 "의료인 감염 사례를 두고 과도하게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핵은 기침과 같은 접촉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호흡기질환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감염 위험이 높고 감염관리 강도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의료인의 잠복 결핵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정지예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은 결핵뿐만 아니라 모든 전염성 질환에 취약한 공간"이라며 "기침을 하는 결핵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라면 일반인보다 감염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역시 지난 3일 '결핵예방법 시행규칙'을 통해 의료기관과 학교,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등의 종사자에게 결핵과 더불어 잠복 결핵 검진 실시 등의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핵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결핵 위험군에서 잠복결핵 감염자를 찾아내 결핵이 발병하기 전에 미리 치료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보건당국은 잠복결핵감염을 치료하는 경우 결핵발생을 90%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국내 결핵 발병률 자체를 낮추기 위해서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역시 결핵 감염 예방수칙을 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보건당국은 2주 이상 기침이 지속하면 결핵을 의심하고 결핵 검사를 받아야 하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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