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막판 스퍼트 실종…훈련량 부족엔 천하의 박태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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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4번째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은 박태환(27)이 첫걸음부터 크게 휘청거렸습니다.

박태환은 우리 시간으로 7일 새벽 열린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분45초63의 기록으로 전체 참가선수 중 10위를 기록했습니다.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이 좌절되면서 이 종목에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어보려던 그의 꿈도 깨졌습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수영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고,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예선에서 실격 파동을 딛고 결승에서 역영을 펼쳐 은메달을 수확했습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앞으로 자유형 100m·200m·1,500m에도 출전하지만 자유형 400m가 그의 주 종목인 데다 이에 맞춰 훈련을 해왔기에 남은 레이스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날 경기에서는 박태환 특유의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볼 수 없었습니다.

출발 반응 속도는 0.64초로 6조 8명 중 가장 빨랐던 박태환은 첫 50m 구간 역시 26초13으로 가장 먼저 돌았습니다.

이후 100m 구간을 돌 때는 54초74로 5위까지 밀려났으나 런던올림픽 챔피언인 쑨양을 추격권 안에 두고 3∼4위를 유지하며 중반까지 레이스를 펼쳐나갔습니다.

박태환의 막판 스퍼트는 이미 국제무대에서 수차례 검증받은 만큼 이 같은 레이스 전략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태환으로서는 250∼300m 구간에서 29초02를 기록한 것이 뼈아팠습니다.

이후에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습니다.

박태환은 350m까지도 상위 3명의 구간 기록에 뒤졌습니다.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은 27초20으로 1위 쑨양(27초11)에 이어 2위였지만 최종 순위 4위를 바꿔놓지는 못했습니다.

아무리 예선이라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 작성한 한국 기록(3분41초53)은 물론 올해 자신의 최고 기록인 3분44초26에도 훨씬 못 미치는 부진한 기록으로 예선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박태환 자신도 이번 대회 출전선수들의 기록이 엇비슷해 예선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리라 예측하고 대비한 터라 더욱 아쉽습니다.

박태환이 누구보다 이날 경기 결과에 당황스러워했습니다.

박태환의 스승인 노민상 전 수영국가대표팀 감독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노 전 감독은 "4년을 준비해도 안 되는데 그동안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면서 "초반에 쑨양에 잘 붙어가서 안심했는데 막판에 태환이 특유의 스타일이 안 나오더라"고 아쉬워했습니다.

박태환은 리우로 오기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습니다.

국내 법원에 이어 국제스포츠 중재재판소(CAS)가 박태환(27)의 국가대표 자격을 인정한 지난달 8일.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한 첫 마디는 "그동안 멀고 험한 길을 걸어와 기쁜 마음보다 슬픈 마음이 먼저 든다"였을 정도입니다.

금지약물 양성반응과 이로 인한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이후 국가대표 선발규정을 놓고 벌인 대한체육회와 갈등.

박태환 앞에 리우로 가는 길이 열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기에 올림픽 출전이 확정되고도 아버지의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징계 기간 마땅한 훈련장을 구하지 못해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하던 박태환은 지난해 6월부터 옛 스승 노민상 감독이 지도하는 꿈나무 수영교실에 일반인 회원으로 등록해 2시간씩 물살을 갈랐습니다.

9월부터는 석 달간 일본 오사카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박태환이 올림픽 준비를 위해 제대로 훈련한 것은 자격 정지 징계에서 풀린 3월 이후 약 5개월 정도가 전부입니다.

징계에서 풀린 뒤 호주로 떠나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들어갔고 6주간 훈련한 뒤 4월 말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한 동아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박태환은 주 종목인 400m를 포함한 4개 종목에서 우승하고 국제수영연맹(FINA)이 정한 A기준기록까지 통과해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도핑 위반으로 경기단체로부터 징계받은 선수는 징계가 해제된 날로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며 박태환의 리우행을 가로막았습니다.

경쟁자보다 훈련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박태환은 남은 시간마저도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 물살을 갈랐습니다.

한국 수영선수로는 적지 않은 나이에 훈련량까지 부족하다 보니 수영 천재로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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