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전환사채 발행 계획 '꼼수 공시' 논란

주가급락으로 유상증자 참여 개인투자자들 손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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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곧바로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공시해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채권은행들의 잇속 챙기기에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7월 18~19일 이틀간 2억8천만주에 대한 일반공모 청약을 받았다.

당시 이미 2천억원 규모의 CB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수십 쪽 분량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CB 발행 계획을 단 몇 줄 걸치는 식으로 공시한 것이다.

현대상선 측은 신고서의 투자위험 요소 항목에 "5월 24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통해 기존채권 금융조건 재조정의 일환으로 전환사채 발행을 가결한 바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전환사채의 경우 기존 대주주에 대한 감자절차가 완료되는(효력발생 기준) 시점에 2천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기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20~30페이지가 넘어가는 유상증자 계획서에 CB 발행 사실을 표기한 것만으로 공시의무를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구조조정 기업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상황에서 공시 의무를 제대로 지킨 것인가를 두고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의도적인 감추기 공시로 볼 수도 있다"며 "투자자의 손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자율공시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은 유상증자가 마무리되고 한참이 지난 이달 2일 장 마감 후에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한국증권금융을 대상으로 2천억원 규모의 CB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달 5일 상장되는 유상증자 신주 물량(약 1억5천만주) 부담이 커진 가운데 CB 발행 소식이 겹치면서 3일 현대상선 주가는 27.92% 폭락한 7천640원에 마감했다.

4일에도 주가는 더 빠져 오후 1시39분 현재 9.16% 내린 6천94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유상증자 때 1만2천원대 주가를 보고 총 400억원어치를 청약한 것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은 열흘 만에 주가가 공모가(9천530원)보다도 25%가량 더 빠져 큰 손실을 보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발행은 명백한 주가 희석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 청약을 받기 전에 투자자에게 명확히 알리는 공시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명간 있을 CB 발행 계획 발표를 제대로 안 한 채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를 참여시킨 것은 명백한 기만행위"라며 "채권단의 장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CB 발행을 변칙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은 내부적으로는 이번 CB 발행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추가 발행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년에 채권은행이 들고 있는 현대상선 사모사채 금액만큼의 CB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논의가 이번 유상증자 전부터 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애초부터 시장 일각에선 구조조정 기업에 해당하는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인 것부터 잘못이란 지적이 나왔다.

구조조정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유상증자가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이익을 챙길 기회로 활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방식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에는 출자전환을 한 주주들이 통상 하루빨리 주식을 현금화하고 싶은 심리가 강해지게 마련이다.

이는 대규모 매도 물량을 만들어 주가 급락을 초래할 공산이 커진다.

실제로 이를 예상한 공매도 세력은 현대상선을 집중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현대상선의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중은 지난달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이달 2일 37%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공매도 평균가(공매도 거래대금/공매도 거래량)보다 높게 형성되면 공매도 투자자는 손실을 보지만, 반대로 공매도 평균가보다 낮아지면 투자자는 그만큼의 이익을 취한다.

현대상선의 최근 5일간(7월28일~8월2일)의 공매도 매매 평균 비중은 23% 수준에 달했다.

이 기간 공매도 평균가는 1만665원이고 3일 종가가 7천640원인 점을 고려하면 공매도에 나섰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상당한 이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공매도 투자자가 현대상선 주식을 빌려 공매도 평균가(1만665원)에 팔고 3일 종가에 되샀다면 1주당 3천25원의 투자이익을 챙겨 수익률은 28%에 달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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