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에 교단 '혼란'…"제자가 주는 커피 한 잔도 못 마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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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 K 씨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 시행을 앞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신문의 '사례로 본 김영란법' 같은 내용을 자세히 읽어봐도 감이 잘 오지 않는 데다가 일부 내용을 두고는 언론 보도 내용과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 엇갈려 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동료 교사들과 얘기해보니 다들 너무 다양한 상황들이 제시돼 혼란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언론 보도를 자세히 들여다봐도 헷갈리기만 하고…. 그래서 아무리 작은 내용의 선물이나 마음의 표시라고 해도 무조건 안 받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시범 케이스'로 걸리게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일례로, 일부 언론은 학부모가 자녀의 작년 담임교사에게 10만 원짜리 물건을 선물할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어서 괜찮다고 소개했지만, 권익위는 "작년 담임교사의 경우도 언제나 가액기준 이하의 선물이 허용된다고 할 수 없으며 성적이나 수행평가 등과 관련성이 있다면 학부모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습니다.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감사의 표시로 5천 원짜리 커피 한잔으로 교환할 수 있는 카카오톡 기프티콘을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경우도 과태료 처분 대상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학급 또는 교과목 담임교사가 학부모로부터 성적, 수행평가 등과 관련해 선물을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으며 사교와 의례 등의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에 해당해 금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지방의 한 공립초등학교 교사는 "해당 기사를 본 뒤 학년 초에 아예 담임 휴대전화 번호를 학부모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속이 편하겠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학부모가 상담을 위해 담임교사를 찾았을 때 커피전문점에서 4천500원짜리 커피를 한 잔 사다 줄 경우에도 교사는 이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접촉은 일반적으로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는데다, 자녀의 성적 등과 직결돼 '부정청탁'이 성립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가끔 감사와 정의 표시로 교탁 위에 갖다 놓는 과자나 음료수를 받아도 되는 건지 고민된다는 교사들도 많습니다.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에서는 아이들이 주는 작은 선물이라도 부정청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다만, 김영란법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경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이 부분은 향후 추가적인 해석과 논의가 더 필요한 실정입니다.

사회상규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 법률 용어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이처럼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 명확한 행동수칙을 만들어 안내하라고 요구할 방침입니다.

교육부의 계획과 별개로 서울시교육청은 김영란법의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 예상되는 위반 사례 등을 다룬 교사·공무원 연수자료 제작에 착수하는 한편, 교육청에 부정청탁 금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지정해 상담·신고·조사 등 필요한 조처를 전담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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