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값이다, 과자 값이다, 많이 듣던 말이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아주 적은 금액을 뜻할 때 써온 말들입니다. 요즘 많이 오른 과자 값을 놓고 보면 이런 말이 조금 안 맞다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과자 값 정도는 하면서 사람들이 부담을 적게 갖는 금액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매번 과자 값 인상 때마다 벌어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값을 올리는 제과업체들은 인상 사실을 숨기려 하거나 아니면 어쩔 수 없었다며 인상의 명분을 설명하기에 바쁩니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소비자들의 여론이라며 꼼수라느니, 인상 명분이 없다느니 하며 비난을 쏟아냅니다. 값이 훨씬 비싼 가전제품이나 하다못해 다른 음식 값 인상 때도 없는 일이 유독 과자 값 올릴 때만 반복되는 겁니다.
오늘은 이 과자값에 얽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Q. 최근 과자값 인상 얘기부터 해볼까요. 업체들이 줄줄이 인상을 발표하고 있어요?
A. 제과업계의 과자 값 인상은 항상 패턴이 있습니다. 업계 1위 업체가 먼저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이 줄줄이 뒤 따르는 겁니다. 그래서 눈치 인상, 도미노 인상이라고 불리는 거죠. 이번에도 역시 과자 값을 가장 먼저 올린 곳은 제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입니다. 지난 3월에 8개 비스킷 제품의 가격을 평균 8.4% 올렸고 이어서 6월에는 크라운제과가 11개 제품 가격을 8.4% 인상했습니다. 이달 초에 해태제과가 9개 제품 가격을 11.35% 올리자 농심도 며칠 전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7.9% 인상했습니다.
제과업계 1위에서 4위까지 업체들이 사이좋게 가격을 올리는 모양샙니다. 올 들어 이 4개 제과업체의 과자 값 인상률은 평균 10.3%에 달합니다. 지난 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0.8%니까 상승폭이 커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이 평균 상승률에도 챙겨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값이 많이 오른 제품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해태제과의 자유시간이 800원에서 1000원으로 25%, 자일리톨 껌은 5000원에서 6000원으로 20%, 올랐습니다. 크라운제과의 콘초코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20%, 롯데제과의 롯데샌드 등 5개 제품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7% 인상됐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 중심으로 인상 폭이 크죠. 그러니까 이들 업체들이 인기상품 인상률은 높이고 비인기상품은 가격인상을 하지 않거나 인상폭을 줄여서 평균 인상률을 낮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이번에는 과자 값을 올린 시기가 내년도 최저임금 7.3% 인상과 맞물려 '최저임금보다 더 오른 과자 값’이라는 말이 SNS를 달구기도 했습니다.
Q. 그런데 과자 값 인상은 하나같이 금요일에 발표를 하네요, 이유가 뭘까요?
A. 금요일의 인상 이벤트가 공식처럼 돼 있죠. 올 들어서 롯데제과의 첫 인상 발표가 3월4일 금요일이었고 이후 크라운제과 6월3일 금요일, 해태제과 7월1일 금요일, 그리고 농심도 7월22일 금요일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주말을 이용해 가격 인상 뉴스가 희석되기를 바라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주식시장에서 실적이 나쁜 기업들이 밤늦은 시간에 슬쩍 실적 공시를 하는 걸 올빼미공시라고 하는데 금요일의 과자 값 인상 공식은 뭐라고 불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Q. 업체들이 설명하는 인상 이유는 뭔가요?
A. “판매관리비와 물류비, 인건비 같은 경영비용이 상승하고 원재료 가격 상승, 품질 개선 등 때문에 원가 압박이 커져서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범위에서 인상했다.“ 과자 값을 올린 제과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이유입니다. 많이 듣던 말일 수밖에 없는 게 매번 인상 때마다 이유가 같기 때문입니다. 사실 원가 요인이라는 게 정해져 있으니까 인상 이유가 같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닙니다. 소비자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거죠.
Q 업체들이 내세운 인상 이유를 소비자들은 믿지 못한다는 거죠?
A 과자 값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을 불만은 사실 경험에 근거합니다. 원재료 값이 올랐을 때 업체들이 득달같이 과자값을 올렸던 기억이죠. 지난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곡물파동이 있었죠. 당시 제과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값을 일제히 올렸습니다. 유가와 환율 상승도 원가 압박의 단골 메뉴였죠.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국제곡물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지난 5월 기준으로도 옥수수 값은 한해 전보다 14.6% 하락했고 소맥은 26.9%, 밀가루 값도 최대 10.8% 내렸습니다.
여기에 유가와 환율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소비자들의 과거 경험으로 보면 과자 값을 올릴 근거가 없는 겁니다. 그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어떤 항목에서 상승 요인이 있는지 업체들이 밝혀주면 되는데 이거는 또 영업상 비밀이어서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놓고 원가압박을 받아서 과자 값을 올렸다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믿지는 못하고 불만을 갖게 되는 겁니다.
Q. 그렇다고 믿어주지 않는 소비자들을 제과업체들이 탓할 수는 없잖아요. 그동안 제과업계가 불신을 자초해 오지 않았습니까?
A. 그동안 과대포장이나 몰래 인상 등으로 불신을 자초해 온 결과입니다. 최근의 예만 들어도 지난해 말 롯데제과의 빼빼로 가격 꼼수 인상이 비난을 받았죠. 제품의 중량을 많게는 11%까지 슬그머니 줄여놓고 값은 그대로 받았던 겁니다. 지난 4월에는 삼양식품이 일부 제품의 값을 공지도 없이 30%나 올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질소과자 논란 기억하실 겁니다. 과자 포장보다 내용물이 너무 적어서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들어있었다’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죠.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소비자들이 국산 대신 수입과자를 찾는 바람에 홍역을 치르기까지 했죠. 이후에 양을 늘리거나 포장을 줄이면서 비난여론을 피했던 제과업체들인데 신뢰를 되찾기도 전에 값부터 올리고 있다 이런 비난을 받는 겁니다. 과자 값을 올려서 경제적 이득을 조금 더 취한들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장기적으로는 무엇이 더 이득이 되겠습니까? 제과업계의 우선 과제가 무엇인지 업체들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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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 차병준 / 구성 : 윤영현 / 그래픽 :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