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개정에 '감형' 기대한 여성 폭행범…죄질 나빠 결국 '엄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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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상해로 9년형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이 관련 법 개정으로 운 좋게 재판을 다시 받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감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죄질이 극히 나쁘다는 점을 들어 엄벌을 내렸습니다.

폭력 전과 10범의 김 모(34) 씨는 10대 시절부터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둘러 교도소를 들락날락했습니다.

마지막으로 2014년 9월 5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김 씨는 충북 제천으로 와 변변한 직업 없이 지냈습니다.

하지만 그의 폭력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 8일 김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노래연습장 업주 A(43·여)씨에게 빌린 돈과 외상값 45만 원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당장 돈이 없다는 말에도 A씨가 변제를 독촉하자 김 씨의 화가 폭발하면서 사달이 났습니다.

극도로 흥분한 김 씨는 A씨를 넘어트리고 마구잡이로 폭행했습니다.

당시 노래연습장 안에는 김 씨의 행동을 저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의 폭행은 A씨가 많은 피를 흘리며 실신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 씨는 A씨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A씨의 승용차를 타고 자리를 떴습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왼쪽 눈이 실명될 위기에 놓이고, 뼈와 장기 곳곳을 크게 다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후유증이 남았습니다.

그 이전에 저지른 크고 작은 폭력사건까지 더해 폭력행위처벌법상 상습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씨는 1·2심 재판에서 모두 징역 9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재차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김 씨에게 적용된 폭력행위처벌법 제2조 1항이 법 개정으로 없어진 것입니다.

이 조항은 상습 상해죄를 저지른 경우 일률적으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가중 처벌 규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범행 경위와 피해 정도가 천차만별인데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하다는 이유로 법 개정을 통해 삭제됐습니다.

결국 적용할 법 조항이 사라지면서 김 씨 사건은 파기환송됐습니다.

뜻하지 않게 재판을 다시 받을 기회를 얻은 김 씨는 가중 처벌 조항이 사라진 만큼 내심 감형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습니다.

대전고법 청주제3형사부(신귀섭 청주지법원장)는 이 사건에 대한 재변론 과정을 거쳐 종전과 같은 징역 9년을 선고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출소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또다시 폭력 범행을 저질렀고 그 동기와 수법, 내용, 피해 정도를 종합하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의 피해 복구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 A씨는 김 씨로부터 단 한 푼의 치료비나 합의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중상해 구조금 3천600여만 원만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의 죄질을 고려할 때 삭제된 법 조항의 하한을 훨씬 초과하는 형량을 정한 이상 원심 판결 이후의 법 개정을 참작 사유로 삼기는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씨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또다시 상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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