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로 9월부터 전격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이른바 '접대문화'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란법은 음식은 3만원 이하, 선물은 5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기업의 접대 비용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법인카드로 결제한 접대비는 10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최근 8년간 최고 수준이며, 하루 약 270억원이 접대비로 나간 셈이다.
대다수 기업은 관심이 집중되는 법 시행 초기 술자리나 주말 골프 등 고가의 접대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접대 문화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비용을 줄이고 건전한 방식으로 접촉면을 늘리는 활동이 많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접대골프를 대신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로는 스크린골프, 등산, 당구, 탁구 등이 거론된다.
한 대기업 직원은 "스크린골프가 보통 2만5천∼3만원정도 하니 저녁식사를 간단하게 하고서 스크린골프를 1∼2시간 치는 식으로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둘레길이나 등산을 갔다가 막걸리와 파전으로 식사한다면 1인당 3만원 미만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식사 문화로는 술을 시키지 않거나 식당 대신 카페에서 만나는 방법 등이 확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저녁 자리는 줄고 점심때 만남을 갖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고 기업들은 예상한다.
한 그룹사 직원은 "음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로는 아무래도 김영란법에 맞는 가격대를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며 "저렴한 가격대의 메뉴가 많은 점심때 가볍게 만나는 경우가 늘 것 같다"고 전했다.
수주나 인허가 등에서 민원이 많은 건설업계는 대관업무 등에 대한 관행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무원에 대한 청탁은 원칙적으로 현재도 금지돼 있어서 종전과 크게 달라질 건 없겠지만, 사업을 하다 보면 시간에 쫓겨 인허가를 빨리 받기 위해 식사 등을 대접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문화도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김영란법을 우회하기 위한 다양한 편법이 동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예컨대 식사 금액을 3만원 이하의 여러 영수증으로 쪼개거나 비용을 각자 부담한 뒤 리베이트처럼 우회해서 돌려주는 방법 등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한 그룹사 직원은 "접대 문화가 남아있는 한 지금까지 해온 관행들이 갑자기 바뀔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각종 편법이 난무하면서 1970년대 청첩장과 피로연 등을 금지한 가정의례준칙처럼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회원사 임원협의회를 대상으로 한 '부정청탁금지법과 기업의 대응전략' 설명회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청탁금지법상 규제는 엄격하나 법 집행은 선별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다"며 "수사대상이 되는 기업으로서는 방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탁금지법 제정에 따라 준법 경영 시스템 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대관업무 관행 개선과 상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구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