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의 개문냉방 상점들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문까지 닫아 놓으면 오던 손님도 발길을 돌립니다."
이상기온현상과 때 이른 무더위로 기록적인 폭염이 전국을 휩쓸면서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기기 사용이 늘어 전력수요량도 급격히 치솟고 있습니다.
폭염으로 쇼핑을 비롯한 야외활동도 줄어들자 상가밀집지역 상점들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문을 열고 냉방기기를 작동하는 '막무가내식 전기낭비'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26일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름철(7∼9월) 최대수요전력량은 2012년 289만 1천500㎾, 2013년 283만 200㎾, 2014년 291만 4천900㎾, 2015년 287만 200㎾, 2016년 300만 4천300㎾ 등으로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도내에서 여름철 최대수요전력량이 300만㎾를 넘은 것이 올해가 처음입니다.
8월 초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최대수요전력량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수요량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냉방기기를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행태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전주시 덕진동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비슷한 업종끼리 상가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문을 닫아 놓으면 아무래도 손님이 줄어든다"며 "전기가 낭비되는 것을 알지만, 전기세를 아끼는 것보다는 매출을 올리는 것이 낫기 때문에 문을 열어 놓게 된다"고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영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장품 가게 매니저인 B씨도 "날씨가 덥고 하다 보면 손님이 자연스레 줄어드는데 문까지 닫아 놓으면 경쟁 업체에 손님을 뺏길 것 같고, 실제로 매출이 줄기도 한다"며 "손님이 적은 시간에는 문을 닫아 놓으려고 하지만, 피크 시간대에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고 영업한다"고 말했습니다.
개별 사업장으로서는 문을 열고 영업하는 것이 이득이 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냉방기기를 켠 채 문을 여는 것은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극심한 손실을 줍니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문을 열고 냉방기기를 켜면 닫았을 때보다 전기 소비량이 3∼4배 더 많다"며 "하지만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판매직원들에게 이를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에너지사용 관리를 담당하는 자치단체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계도활동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자체는 산업자원통상부에서 전력 예비율에 따라 에너지사용제한조치를 내렸을 때만 위반 사업장에 1차 경고, 2차 50만∼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후 전력 예비율이 높고, 올여름에도 10%대를 유지하고 있어 에너지제한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주시는 지난 18일 상업시설이 밀집한 다가동과 전북대 앞 상가, 중화산동을 돌며 점검을 벌여 상가 65곳에 대해 계도조치만 내렸습니다.
전주시 환경과 관계자는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올 것으로 예보되는 상황에서 전력수요량도 계속해서 늘고 있어서 미리 전기를 절약하며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전력공급이 끊기는 블랙아웃 상태가 되면 상가들도 더 큰 손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