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잃는 일, 제가 막을 겁니다. 한국을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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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실험'입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 본부 임원 중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법률 담당 임원인 제프리 디 존스(64·미국) 변호사다.

변호사가 공식 한국 선수단 일원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국인이 한국 선수단에 합류한 것도 최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유창한 한국어를 섞어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존스 변호사는 "올림픽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며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고 예방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스 변호사가 말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란 한국 국가대표 선수가 올림픽 경기에서 오심이나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메달을 빼앗기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다.

그는 "한국은 정당한 항의를 못 하거나, 적절한 설명을 못 해서, 적절한 절차를 밟지 않아서 메달을 받지 못한 일을 겪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피겨 김연아의 은메달을 둘러싼 판정 논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체조 양태영이 명백한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치고 동메달에 그친 사건을 예로 들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펜싱 에페 개인전 준결승에서 신아람이 '1초 오심'으로 분통하게 패한 일도 떠올렸다.

존스 변호사는 "이런 오심 문제로 한국은 '규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그 때문에 우리 선수가 참가하는 모든 종목의 규정을 공부하고 있다. 자료가 엄청나게 많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특히 각 종목이 요구하는 어필·항의 절차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간제한'이다. 종목별로 항의할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때를 놓쳐 항의할 기회를 잃을까 봐 가장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또 "선수나 지도자가 그런 것을 모른다고 가정하고 공부하고 있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규정 공부 외에 존스 변호사가 중요시하는 게 있다.

바로 종목별 국제연맹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최대한 많은 국제연맹 지도자와 심판을 만나서 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문제를 방지하고 해결해주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연맹과 한국 선수단이 부드러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존스 변호사는 "이는 이전에 없었던 양측(선수단과 국제연맹들)의 '실험'"이라며 "나아가 문제를 방지하고 해결하는 절차와 매뉴얼을 만들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당한 억울한 일을 속속들이 아는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한국 체육을 도왔다.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에서 일본을 꺾은 뒤 '독도 세리머니'를 펼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 위기에 놓인 박종우, 2014년 도핑 파문에 휩싸인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의 변호인으로 나서 뛰어난 수완으로 징계를 무효로 했다.

올해 3월에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을 리우올림픽 이후로 미루라고 권고한 IOC를 설득, 체육회가 국내법상 일정대로 통합할 수 있도록 힘을 썼다.

존스 변호사는 "당시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갔을 때, 통합체육회의 공동회장인 김정행·강영중 회장이 리우올림픽에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며 리우올림픽에서도 한국 체육과 인연을 이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1980년부터 변호사로서 한국에서 지낸 그는 1998∼2002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냈고 2003년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첫 외국인 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한국 스포츠의 도우미로 나서는 이유를 묻자 그는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면, 사람들이 기뻐하고 감동을 한다. 한국이 행복해진다"고 답했다.

이어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이 나라를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또 박종우와 이용대를 도우면서 "그들을 위해 작은 역할을 한다는 기분이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존스 변호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변호사는 '보좌관'이다. 도움이 된다고 느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배구, 핸드볼, 배드민턴 경기가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하면서 "선수단이 10위를 목표로 하는데, 너무 낮지 않나요? 제가 전문 지식은 없지만, 10위보다는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해요"라며 응원을 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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