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회장의 유전병 CMT(샤르콧 마리 투스) 진행 상태 (사진=연합뉴스)
오랜 기간 병실에 머물며 법적 공방을 이어온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9일 결국 재상고를 포기했습니다.
최근 건강이 극도로 악화해 더는 재판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8.15 특별사면을 기대하며 내린 결정입니다.
CJ는 이날 이 회장의 유전병 진행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CMT(샤르콧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과 만성신부전증 등을 치료받아온 이 회장은 최근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에서는 CMT가 진행돼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의 근육이 모두 빠지고 손가락이 굽어버린 손, 근육위축으로 발등이 솟아오르고 발가락이 굽은 발, 뼈만 남은 듯한 앙상한 종아리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현재 부축 없이는 전혀 걷지 못하며, 손과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 저하로 인해 젓가락질을 못해 식사도 포크를 움켜쥔 채 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단추 잠그기와 같은 손 동작은 못하게 된 지 이미 오래라고 CJ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종아리 근육은 2012년 말보다 26% 빠져 체중이 양쪽 무릎에 실리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는 상황으로, 이 회장은 평생 못 걸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J그룹 관계자는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매일 2회 전기자극 치료를 하고 있으나 이미 변형된 손과 발을 원 상태로 되돌릴 길은 없다"며 "무릎관절이 손상돼 통증을 호소하는 터라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은 데 따른 거부반응도 아직 지속하고 있으며 면역 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마저 겪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와 충격이 겹치면서 정신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CJ그룹은 밝혔습니다.
3년이 넘는 투병과 재판 계속된 가운데 지난해 아버지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지만 ,당시 이 회장은 건강때문에 부친의 빈소를 지키지도 못했습니다.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고문까지 이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 회장은 좌절감과 죄책감에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치료와 섭식 거부 증상까지 보여 수술 전 60㎏ 이상이던 체중이 52∼53kg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설 무렵부터 아들에게"내가 어찌 될 지 모르니 너라도 빨리 가정을 꾸려라"며 강하게 결혼을 권고했으며, 지난 4월 서둘러 아들 선호(26)씨를 결혼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설명입니다.
CJ그룹은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선처를 호소하고 있어, 이 회장이 8.15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지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사면 추진 배경으로 경제 위기와 재기의 기회 마련 등을 언급하면서 이 회장을 비롯한 일부 기업인이 특사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제 막 형이 확정돼 실형을 거의 살지 않은 만큼 재상고 포기에도 불구하고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고,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도 '재벌총수 봐주기'라는 비난 여론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상태를 고려하면 이러한 '위험'을 모두 감수하고서라도 재상고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CJ의 입장입니다.
CJ그룹 관계자는 "재상고 포기는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