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최종 불허 판단을 받으면서 그간 한배를 탔던 양사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18일 공정위가 인수합병을 불허하자 양사는 곧장 각자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SK텔레콤은 "최선을 다해 이번 인수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관계기관을 설득하지 못하고 불허 결정을 받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번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의 심의 결과는 존중하나 현재 케이블TV 산업이 처한 현실과 미디어 산업 미래를 고려할 때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 깊은 유감을 표시했지만, SK텔레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반면, CJ헬로비전은 "존중한다"고만 하면서 온도차를 드러냈다.
CJ헬로비전은 또 "다각적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밝혀 계약 청산 과정에서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양측의 온도차가 회사를 사려던 측과 팔려던 측의 입장차가 반영된 결과로 본다.
CJ헬로비전 입장에서는 실사를 통해 상당한 영업정보가 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에 노출됐다는 점, 심사가 진행된 7개월 간 투자 정체, 영업 위축, 사업 다변화 기회 상실 등을 감내했다는 사실에 때문에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황이다.
사실 양 사의 입장 차이는 공정위 사무처의 불허 의견이 알려진 지난 5일부터 감지된 바 있다.
CJ헬로비전은 공정위의 최종적인 심리 절차인 전원회의를 앞두고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선임한 대리인을 버리고 법무법인 화우를 새로 선임했다.
CJ헬로비전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에는 법적 대응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은 합병 계약에서 정부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계약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누가 어디까지 최선을 다했는지를 두고 분란이 생길 가능성은 다분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미래의 불확실성까지 감안해 '똑똑한 계약서'를 썼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합병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이 사안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시점은 한 달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의결한 지 35일 이내에 의결서를 당사자들에게 발송해야 한다.
양측은 의결서를 검토한 후 승소 가능성이 점쳐지면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SK텔레콤 관계자는 "의결서를 검토해봐야겠지만 현재로써는 법적인 대응에 실익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