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해 '물리적 대응조치'를 운운하면서 강력히 반발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한미의 사드배치 결정 발표 후 사흘 만인 이날 첫 반응을 내놨지만, 그 표현을 뜯어보면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반응 기조에 맞춘 흔적이 역력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직면한 북한이 사드배치 결정을 계기로 '제재 연합전선'을 붕괴하는 데 중국과 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북한이 이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포병국 명의로 '중대경고'를 내놓으면서 "미국과 남조선 동맹을 주축으로 하는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해 동북아시아 지역에 있는 대국들을 견제하고 군사적 패권을 거머쥐자는 데 그 흉심이 있다"고 주장한 것도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북한은 '한미일 대(對) 북중러'라는 냉전적 대립구도를 부각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전선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속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대경고' 발표문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한결같은 반대와 배격", "조선반도 주변국들의 반발을 사전에 누르기 위한 말도 안 되는 (적들의) 궤변", "동북아 대국들을 견제"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도 사드 결정이 북한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애써 강조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보조를 맞춰 사드에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여러 표현에서 드러난다"며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도리어 중국, 러시아가 난처할 수 있어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전력을 총괄하는 '전략군' 명의가 아닌 총참모부 포병국으로 발표한 것도 눈길을 끈다.
한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 배치 결정을 했다고 발표한 만큼 전략군이 나섰어야 한다.
그럼에도 포병국을 내세운 것은 포병국이 실제적인 공격 임무를 수행하고 미사일을 제외한 모든 포병전력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사드에 대응하는 군 조직으로 포병국을 지정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김정은이 최근 2년간 포병 부대를 새해 첫 방문지로 택하는 등 포병 전력 강화에 관심이 큰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제4차 포병대회에서 "포병 무력은 인민군대의 화력타격의 기본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북한이 미국이나 일본을 겨냥할 때는 전략군을 활용하나 한반도 사안의 경우 주로 포병부대를 택해왔다"며 "일단 실무 책임부대가 나서고 이후 점차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이날 사드배치 장소가 확정되는 순간부터 "물리적 대응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주장해 군사적 도발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기 위해 스커드와 노동, 무수단 등 단·준중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의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물리적 대응을 한다고 해서 사드배치 지역을 파괴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사드를 뚫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겠다. 사드가 무용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와 관련 "우리 군대는 적들의 모든 침략전쟁 수단들은 물론 대조선(대북) 공격 및 병참(군수) 보급 기지들까지 정밀조준 타격권 안에 잡아넣은 지 오래"라고 위협했다.
김용현 교수는 "현실적으로 북한 상황에서는 SLBM이나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다시 하면서 기술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형태의 무력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